부추야

너 보기 참말 부끄럽다

by 릴리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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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을 먹다가 잠옷 바지에 반찬을 흘렸다.

입고 있던 수면바지에는 짙은 남색 바탕에 하얀 점박이 무늬가 있었다. 떨어뜨린 반찬은 짙은 남색 바탕에 아닌, 지름 1센티의 하얀 점박이 무늬 위에 절묘하게 떨어졌다. 반찬은 초고추장을 찍은 부추 부침개 조각이었다.


하필 거기에 떨어지냐.

부침개 조각이 내 인생에 거대한 오점을 찍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조금 서러워졌다. 부추 부침개에 뺨이라도 맞은 듯 울컥했다. 내가 좋아하는 부추 부침개가 나를 등진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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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깨끗하게 좋아할 수 있는 마음, 싫어하는 것도 크게 괘념치 않아 할 수 있는 마음, 그런 걸 꿈꿨는데. 애정하는 부추 부침개와 대립각이나 세우고 있는 것이 지금 나의 현실이다.

부끄럽다. 부추야, 게다가 서럽기나 하려고 너를 삼키다니. 너 보기 참말 부끄럽다. 밀가루와 기름에 절여져 가지런히 누운 부추를 쳐다보기가 밍구스러워, 고개를 푹 숙이고 밥그릇만 달그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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