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장구가 치고 싶어요.

by 릴리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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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를 쳤었다. 배운 시간은 짧았지만, 칠 일은 좀 있어서 꽤 오랫동안 쳤었다. 일 년 반 전부터는 이런저런 변화들이 많아 한번도 치지 않았다.


장구는 장구집에 가만히 담겨 내 방 한구석에 있다. 그동안은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따라 공연 동영상 속 장구 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 좋네, 그래 참 좋았지. 장구의 울림을 랜선을 통해서가 아닌 공기 to 공기로 듣고 싶다는 생각을 일 년 반 만에 처음으로 했다. 아, '선생님, 장구가 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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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생님..... 장구가 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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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는 나무와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다. 왼손과 오른손이 만든 진동이 호리병 같은 나무통 속에서 증폭되어 바깥으로 퍼져나간다. 깊고 푸근한 소리, 높고 앙칼진 소리.. 뭐라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만 가지 종류의 소리들이 거기에 있다. 나무와 가죽의 질뿐만 아니라 그날의 날씨, 그리고 나의 마음가짐에 따라 소리가 확연히 다르다. 꼭 살아있는 것 같아, 장구를 치기 전엔 마음을 정돈하곤 했다.


고수들의 연주는 말할 것 없이 대단했다. 소리를 쥐락 펴락하는 기술이 참으로 신묘하여, 듣고 있으면 어느새 소리에 딸려 나도 함께 밀고 당겨지곤 했다. 홀릴 수밖에 없는 소리였다.

"이게요, 하다 보면 꼭 마약 같다니까요." 전통 타악을 오래 했던 누군가가 내게 했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악계의 마약이라면 아무래도 꽹과리가 탑이지만, 장구를 비롯한 다른 타악기들 역시 못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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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가방 속에 오도카니 앉혀 둔 장구를 지긋이 지켜본다. 장구통 안에 머물러 있을, 아직 깨어나지 않은 소리들을 바라본다. 내 안의 깨어나지 않은 소리들도 바라본다. 장구 너도 또 나도 다시 소리를 꺼낼 날이 오겠지. 지금은 우리 앞에 와있는, 지금의 일들을 하자. 잘 매만져 가자.

바깥의 바람인지 저기 장구에선지 어디선가 대답처럼 구궁,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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