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꼬리를 잡던 꼬마

삶이 섬광 같아

by 릴리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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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수영을 시작했다.

그중 절반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수영을 가지 못했으니 실 수영일수는 1년 반 정도다.

그러나 수영에 대한 애정은 결코 작지 않아, 그동안 여기저기 수영 간증을 하곤 했다.

그에 감응한 1인도 따라 수영을 시작했는데 우리 어머니다. 8개월 정도 해오고 계시는데 어찌나 열심히 즐겁게 하시는지 모른다.


집안에 2명의 취미 수영인이 있으니 매일 수영 얘기다.

그 얘기를 2년 가까이 들어온 오빠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수영장에 등록했다.

'출근시간이 촉박해서', '이 나이에 처음 배우는 게..' 등등의 이유로 잔뜩 고민하더니 어떻게 결국 시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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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찍 퇴근하신 아버지와 오빠의 수영 얘기를 했다.

"오 그래, 안 그래도 일이 힘들다고 집에서 너무 지쳐만 있길래 걱정했다. 당분간은 좀 힘들어도 재미를 붙여서 꾸준히 하면 좋겠구나"

아버지는 어머니와 나처럼 오빠도 오래 수영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동안 티는 안 내셨을 뿐, 체력이 다소 약한 큰아들이 걱정되셨던가보다.


"근데 난 수영 배운 적 없어"

우리 가족 중에 이제 수영 안배운 사람은 당신 뿐이라며 말씀하시는데, 응? 내 기억에 계곡가의 아빠는 물개 같았는데, 무슨 말이지?

"소꼬리를 잡고 터득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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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한 달 내내 오던 여름날에 티비를 틀면, 황톳빛 급류를 평온한 표정으로 타고 흘러가던 소가 있었다.

무시무시한 물살에 떠내려가는 소가 당장이라도 가라앉아 버릴 것 같아, 나는 아빠를 불렀다.

"아빠 아빠, 소 어떡해?"

"괜찮아, 소는 절대 물에 빠져 죽지 않아."

아빠의 얼굴엔 정말로 걱정이란 게 하나도 없어서 나도 곧 진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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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어릴 적에는 소가 개울을 건널 때 소꼬리를 잡고 함께 건넜다고 한다. 아버지는 그때 자연스럽게 개헤엄을 터득했다고 했다.

"내가 동네 애들 다 가르쳐줬다니까"

부잣집 귀한 아들내미여서 가능했던지, 아버지는 동네 친구들 모두가 소꼬리를 한 번씩 잡고 건너게 했다고 했다. 그 말을 하는 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은 의기양양함을 숨기지 못했다. 친구들에게 흔쾌히 제 집 소의 꼬리를 잡고 개울을 건너는 것을 허락했을 때 꼬마가 지었을 얼굴일 것이다.


아버지의 말을 따라, 옷은 홀딱 벗어 누렁소 등이나 뿔에 잘 걸쳐두고 낄낄거리며 소꼬리를 잡고 개울을 건넜을 꼬마와 친구들과 마을의 풍경을 떠올린다. 생각만 해도 물이 시원하고, 돌멩이가 미끈하고, 소의 근육이 불끈하고, 아이들의 웃음이 찬란하다.


천둥벌거숭이 같았을 노란 콩알 같았을 꼬마가, 장성한 아들을 둔 노부가 되어 그 장성한 아들 걱정을 하고 있다. 나는 소꼬리를 잡고 꺄르륵거리는 소년과, 주름진 얼굴로 구부정하게 앉은 노년의 남자를 나란히 바라 보았다. 장난기 가득한 표정은 꼭 같은데, 소년과 노옹 사이에는 무슨 일들이 지나갔길래 이처럼 영 다른 사람처럼 되었는가?

삶이 섬광 같아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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