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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길이 안보여

백수의 삶

by 꽃빛달빛

회사에서 잘리고, 백수가 된 지 벌써 한 달 정도가 되었다.


그동안 몸과 마음의 회복도 많이 이루어졌지만, 걱정도 함께 늘었다.


난 실업급여를 받고 있기에, 금전적 걱정이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실업급여는 영원하지 않고, 모든 사람에겐 개인적 사정의 고정지출이 존재한다.


집에서 숨만 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가는 비용 말이다.


분명 어릴 때엔 세상엔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배웠던 것 같은데,

세상은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돈이 전부였다.


내가 배운 세상은 그랬다.


거기다, 요새 자꾸만 6개월 뒤 미래의 내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무것도 못하는 백수가 되어있으면 어떡하지?'

'그때도 우울증이 낫지 못한다면 이건 진짜 내 잘못 아닐까?'

'금전적인 부분은 어떡하지?'


별 생각이 다 든다.


좋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아직 미약한 내 모습 탓일까.

나쁜 생각, 안 좋은 생각, 우울한 생각이 주를 이룬다.


햇살은 너무나 따사롭고 날씨도 맑아져 가는데.

맑아질 줄만 알았던 내 마음속엔 사회생활할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워지고 있다.


회사를 다니는 주변지인들에게 그들이 더 힘듦을 알기에 티 내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그렇기에 괜히 점점 외로워지는 것도 있다.


누군가에게 내 속내를 털어놓는 것.

사람들에게 "나 힘들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것.


내겐 너무나 힘든 일이었고, 지금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괜히 얘기했다 또 약점 잡힐까, 뒤통수 맞을까 불안하다.


내가 선택한 외로움이기에 그저 받아들이려 노력하지만,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자꾸만 깨닫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사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진짜 모든 사람이 나같이 살고 있다면, 이런 세상을 왜 사는 건지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된다.


백수는 역시 몸만 편하지, 마음이 편할 수는 없나 보다.


세상에 행복하게 사는 법은 없는 걸까?

마음이 복잡한 요즈음이다.


행복해지고 싶다.

나도 사람같이 웃으면서 지내고 싶다.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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