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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은 또 다른 나였다.

묵묵히 들어주는 존재가 필요했다.

by 꽃빛달빛

잠들기 전, 나는 인형을 꼭 껴안는다.

말랑하고 작은 그 몸을 가슴에 안고 가만히 숨을 쉰다.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품에 기대는 시간이 내겐 오래된 습관처럼 남아 있다.


별일 없는 하루였대도, 마음은 늘 무언가 모르게 복잡했다.


누군가와 나눌 수 없는 감정,

말하고 싶어도 이야기하지 못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감정들.


나는 그것들을 조용히 버텨내며 인형을 품에 넣는다.

인형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고, 천천히 팔을 감아 안는다.


마치 누군가를 안아주듯, 혹은 내가 안기고 싶던 그 마음처럼.


어렸을 땐 그냥 귀여워서 안았던 것 같기도 한데,

지금은 그보다 더 큰 감정이 들어 있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받고 싶었던 다정함,

놓치지 않고 잡아주길 바랐던 손길,

무조건적인 애정 같은 것들.


그 모든 마음이 내 품 안 인형에게로 옮겨간 듯하다.

아무도 몰라도 괜찮다고 되뇌며 그 작은 존재에게 매일 무언의 위로를 건넨다.


고생했어.

괜찮아.

오늘도 수고했어.


내가 듣고 싶었던 말들,

아무에게도 못했던 말들을 조용히 마음속으로 건넨다.


어쩌면 나는 내가 받지 못한 애정을, 조심스레 그 인형에게 주며

내 안 어딘가를 다시 채워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게는 복잡하고 무거운 마음을 온전히 드러내기 어렵기에.

나는 이 작고 말 없는 존재와 매일 마음을 나눈다.


오늘 밤도 말없이, 조용히 그렇게 안고 잔다.

어쩌면 그게 나를 지켜내는 가장 조용한 방식이라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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