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봄, 내 마음은 겨울.
봄이 왔다는 걸 사람들의 옷차림으로 먼저 알게 되었다.
거리에는 밝은 색의 옷들이 늘어났고, 벚꽃이 핀 사진들이 SNS를 가득 채웠으며, 사람들은 모두 이 봄을 살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겨울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유난히 밝은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던 날에도, 나는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한 채 하루의 대부분을 이불 속에서 흘려보냈다.
해야 할 일은 쌓여만 갔고, 머릿속은 점점 더 비어가는 느낌이었으며,
몸은 무거운 물속에 가라앉은 듯 축축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밥을 먹는 것도, 씻는 것도, 나가는 것도.
그저 잠만 잤다.
아니, 사실은 잠들려고 애쓰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는 건 괜찮았다.
무엇보다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꿈을 꾸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현실보다는 나은 장면이 자주 있었으니까.
적어도 꿈속에서는 아파하지 않아도 됐으니까.
꿈에서는 잠시라도 행복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자고 또 자도 마음 깊은 곳의 피곤함은 전혀 풀리지 않았다.
누군가는 나를 게으르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삶을 소홀히 대한다고,
그저 안일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고.
하지만 나에게 이건 어쩌면 내가 가진 가장 치열한 버티기의 방식이었다.
봄이 왔어도, 내 마음의 계절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따뜻한 온기가 닿지 않는 마음 속의 깊은 구석에서 나는 다시 조용히 겨울잠을 시작하고 있었다.
늦은 겨울잠이었다.
모두가 생기 있게 깨어나는 이 따뜻한 계절에, 오직 나만이 다시 눈을 감아버리는 이상한 날들이었다.
이유 없이 서글퍼지는 하루가 반복될수록, 내 마음은 조금씩 깎이고 무너져 내리는 중이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의 나는 어떤 방법으로도 이 흐름을 돌려놓을 수 없었다.
그저 이불 속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 묵묵히 이 겨울을 지나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저 그렇게 나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아주 천천히, 아주 깊숙이, 스르르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