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나는 꽃봉오리의 힘
아무렇지 않게 걷던 길에 올해 첫 벚꽃이 눈에 들어왔다.
별일 아닌 듯 피어 있는 그 모습에 괜히 마음이 가만히 멈춰졌다.
그저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던 풍경인데 이상하게, 발걸음이 그 앞에서 머뭇거리게 되었다.
벚꽃은 늘 그렇게 특별한 예고 없이 피어난다.
작은 가지 끝에 조심스레 맺힌 꽃잎이 봄이 왔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나는 그 순간에 잠시 멈춰, 벚꽃을 보다 내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게 되었다.
무언가 새로 시작되는 기분.
그게 꼭 반가운 건 아니었지만 조금은 나아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한구석이 말랑해지는 듯한 기분.
내가 생각보다 더 무뎌지지 않았다는 안도감.
겨울 동안 꽁꽁 묶어두었던 마음이 조금 느슨해지는 듯했다.
한 계절을 겨우 지나왔고,
그 안에서 무너졌던 마음도 어딘가에서 다시 피어나고 있는 걸까?
현실은 여전히 버겁게 느껴지고,
앞으로의 날들이 다정하리란 보장도 없지만...
그럼에도 이상하게, 마음은 가벼워졌다.
막막한 하루 속에서도 벚꽃은 어김없이 피어나고 있었고,
나는 그 앞에서 잠시 눈을 감았다.
벚꽃이 나를 바꾸진 않겠지만, 마음을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힘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덜 괜찮았던 나에게도 ‘수고했어’라는 말을 건네고 싶다.
아무 일도 없었지만, 그래도 오늘은 괜찮았다고 믿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