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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브러진 토끼

지쳐가고 있어

by 꽃빛달빛
토끼인형 사진

오늘 강남 어딘가의 카페에 앉아, 저녁 약속을 기다리며 문득 가방에 달고 다니던 토끼인형을 보았다.


무념무상.

'난 이제 지쳤어. 그만하고 싶어.'라는 표정의 토끼.

물론, 타인에게는 그렇게 안보일 수도 있지만,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인형에게서 자꾸만 내 지친 자아가 투영되어 보였다.


사람이라면 필히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하지만, 현대 사회는 쉬는 기간마저 용납하지 못한다는 듯 면접에서 이 기간은 무엇을 하며 지냈냐고 되묻기까지 한다.


그 정도로 휴식이라는 것에 각박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 탓일까? 내가 정말 지쳐버린 것일까.


구분은 가지 않지만, 요새 많은 것들에 있어서 지침을 느낀다. 새로 시작할 엄두도 나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 머물며, 가만히 있고 싶다.


약속을 가는 것도 어렵고, 나와의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기도 버겁다.


이런 내가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을까?

백수가 아니라 떳떳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오후이다.


어떤 이에게는 백수생활은 축복일 수도 있겠으나,

내겐 이 생활은 지옥과도 같은 것 같다.


빨리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 안정감을 되찾고 싶다.


마음이 심란하지만, 애써 잘될 거라며 나를 다독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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