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대로 생각하기

by 소란화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은 꽤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왔다. 나는 정말 사는대로 생각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도대체가 삶이 생각하는대로 되지가 않는 것이다. 물론 열심히 계획하고 생각한대로 되는 일들도 왕왕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마다 삶은 내게 '벌어지거나' '나타났지' 절대 생각대로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내가 내 인생의 조종간에 앉아 있다고 느낀 적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물론 누군가는 생각하는대로 살아왔을 것이고, 나는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에 경이로움을, 경외심을 느낀다. 그건 그 사람이 대단한 의지와 노력, 재능, 거기에 1퍼센트의 운까지 모두 갖추었다는 말과도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그 사람의 인생이고, 적어도 내 인생은 역시 생각하는대로가 아니라 사는대로 생각하게 되는 방향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그런데 사는대로 생각하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 마치 파도타기 같기 때문이다. 파도가 흘러오는 모양과 세기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파도를 타본 경험은 없지만서도, 이건 상식으로라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물결이 다음 순간 이 방향일지, 저 방향일지, 물의 흐름을 진중히 연구하는 해양학자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바다의 현실일 터. 그런 파도타기와 마찬가지로 사는대로 생각하는 것 역시 '흐름에 몸을 맡기는' 느낌이다. Just go with the flow. 영어로 멋지게(!) 표현해 보았는데 흐름에 몸을 맡긴다는 한국어와 가장 합치하는 외국어 표현이 아닐까 한다. 아이를 키우며 사는대로 생각하는 경향은 더욱 짙어졌다. 아이는 절대, 절대, 절대, 절대(!) 생각하는대로 되지 않는다. 아이와의 시간은 1분 넘어 1분, 2분 넘어 2분이다. 말그대로 초 단위, 분 단위로 흘러간다. 이 다음 순간이 어떻게 될지 아무리 열심히 계획하고 생각해도 그건 그저 계획과 생각에 그칠 뿐이다. 인생의 조종간에 앉은 건 아이도, 나도 아닌 바로 '삶'이다. 오로지 삶이 우리를 그 나름의 흐름에 싣고 이리저리 흐를 뿐이다. 아이를 기르며 이것 저것 많이도 내려 놓았다는 말들을 하는데, 나 역시 사는대로 생각하는 일상을 보내면서 이 말의 의미를 하루 하루 더욱 절실히 새기고 있는 요즘이다.


Just go with the flow. 흐름에 맡기기. 사는대로 생각하기. 물 위에 둥둥 떠다니며 '포로리야~' 하는 귀여운 소리나 내고 있는, 한가로운 보노보노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딱 들어맞는 것 같다. 물론 아이 키우는게 그렇게 한가롭거나 여유로운 일은 절대 아니지만, (실상은 하루종일 번잡스럽고 분주한 포로리 이미지에 더욱 가깝지만) 아무런 기대도 예상도 계획도 생각도 없이 그저 삶이 눈 앞에 펼쳐지는대로 바라보는, 받아들이는 '사는대로 생각하기'식 육아는 적어도 마음만은 가뿐하단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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