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했으니, '내물건내가정리'할 차례)
마리에 콘도. '정리의 여왕the queen of organization'으로, 북미는 물론 우리나라에도 이름을 널리 알린 일본인 전문가다. 나는 그녀의 책이나 강연 영상은 일체 보지 않고 곧장 그녀의 솔루션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미국의 여러 가정들을 돌면서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알려주는 시리즈물이었다. 기대가 컸다. 평소 정리 강박이 있는 나로서는 잘 정돈된 집안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되는지라, 마리에 콘도가 알려주는 정리 비법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꼼꼼히 알아두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글쎄.
물론 그녀는 확실히 그녀만의 비법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모든 소유물들을 분야별로 나누고, 물건마다 부피를 최대한 작게 만드는 식으로 집안의 여유 공간을 확보해가는 것이 마리에 콘도의 주요한 정리법이었다. 여기서 핵심은 '나를 가슴 뛰게 만드는'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을 잘 구별해, 후자를 모두 미련 없이 처분하는 일이다. 말로 하면 간단해 보이지만, 그녀 역시 살림을 살면서 이러한 정리법을 고안하고 확립하기까지 제법 노력해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만의 비법은 역시 '그녀만의 비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나머지는 철저히 솔루션을 '실행'해야만 하는 개인의 몫인 것이다.
마리에 콘도가 방문한 미국의 가정들은 예쁜 문 뒤로 저마다 수많은 잡동사니들을 감춘 채 살고 있었다. 언젠간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 줄곧 갖고 있던 것이 어언 10년이 넘어가는 물건들. 산 지 모르고 또 사기를 반복해 이제는 전문 스토어 하나를 차려도 될 정도로 모인 물건들. 예쁜 '쓰레기'들. 택도 안뗀 옷가지들. 단순히 세일한다는 이유만으로 산 것들. 산더미같은 CD와 게임기, DVD, 카세트 테이프, 비디오 테이프들. 어린 시절의 그림낙서들. A+가 자랑스레 박힌 시험지들. 증조 할머니에게서 받은 정체불명의 보석들. 마리에 콘도가 100명이 와도 절대 하루만에 해결할 순 없을, 누군가의 물건들, 물건들, 물건들stuff.
이 물건 많고 문제 많은 집에서 마리에 콘도가 하는 일은 딱 한 가지다. "정리하세요, 저는 지켜볼게요." 소유물들을 섹션화하고, 불필요한 걸 골라내고, 나를 가슴 뛰게 만들지 못하는 물건들은 죄다 까만 봉투에 넣어 미련 없이 집 앞 쓰레기장에 던지고 오는 이 모든 과정(약 한 달이 소요된다) 동안 정리의 주체는 철저히 물건의 주인이지, 마리에 콘도가 아니다. 그녀가 돈을 쉽게 벌려는 돌팔이 전문가여서가 아니라, 원래 정리의 속성이 그런 걸 어떡하겠는가. 결자해지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솔루션을 받은 사람들은 입 벙긋 하지 않고 마치 마당을 비질하는 수도승처럼 묵묵히 손만 놀린다. 그간의 무지막지했던 소비와 정돈되지 못했던 생활 습관을 깊이 반성하는 듯, 엄숙하고도 차분한 눈빛으로 물건들을 솎아내고 하나 둘씩 정리해 나간다. 그래서일까, 한 달 뒤 거짓말처럼 깨끗해진 집에서 마리에 콘도를 맞이한 사람들의 얼굴에는 '우리를 도와주어 감사하다'는 마음보다 '내가 드디어 이 모든 걸 해결했다'는 자부심과 자긍심이 태양처럼 빛난다. 결자해지의 기쁨은 오롯이 그 매듭을 풀어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