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먹고 있는 그 김밥 속에 든 참치는 무엇입니까?" 교수님의 질문에 우리는 모두 입을 다물었다. 강의가 막 시작되어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갑작스런, 뚱딴지같은 말에 완전히 얼어붙어버렸다. 참치가 뭐냐니. 참치는... 생선이지. 한참을 기다리던 교수님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죽은 것입니다." 그렇게 한 학기 동안 그 강의실에서는 산 것과 죽은 것에 관한 이야기들이 수도 없이 오고 갔다. 나는 '네가 먹는 그 참치는 죽은 것이다'라고 말했던 교수님의 은은한 미소를 이날까지도 잊지 못한다. 누구도 내게, 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그처럼 '생생하게' 표현해준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다 알지만 모른 척하는, 너무 익숙해서 새삼스러울 것 없는 사실임에도 막상 그것이 입 밖으로 내뱉어지는 순간 갖게 되는 무지막지한 '실재성'이란.
"야, 너, 거기 조용히 안 해?" 뒷자리 학생들을 향해 웬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다지 시끄럽지도 않던 강의실이 귀신이 지나간 것처럼 일순 고요해졌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이 한 눈에 봐도 저학년들이었다. 나는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얼굴이 붉어진 교수님이 미간을 찌푸린 채 파마머리를 연신 쓸어넘기고 있었다. 학생에게 '야'라고 소리를 지르는 교수도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야, 너, 거기 조용히 안 해'는 그날 이후 학기가 마무리 될 때까지 환청처럼 내 곁을 쫓아다녔다. 완전히 환청인 것만은 아니었다. 그 교수의 '야'는 습관성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후, 학생들 앞에서 나 역시 무엇에 홀린 듯 '야'라고 소리 지르고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 그만 알아버렸다. 어쩌면 그 교수는 그때 몹시 불안했던 걸지도 모르겠다고. 작은교탁 뒤에서 홀로 떨며, 통제될 수 없는 '머리 큰' 학생들을 어떻게든 통제해야만 한다는 잘못된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한 스승은 내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었고, 또 한 스승은 초라한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었다. 결국 '좋은' 스승도, '나쁜' 스승도 없다. 간혹 상처를 주는 스승은 있겠지만, 모든 스승은 언제나 의도찮게 무언가를 남겨두고 간다. 그것은 일종의 과제다. 누군가는 스승처럼 됨으로써, 또 다른 누군가는 스승을 넘어섬으로써 그 과제를 수행해갈 것이다. 아무도 점수를 매기지 않는, 등수도 없고 상장도 없는 이 외로운 과제를 나는 어디까지 해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