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다. 솔직히 나는 친정 엄마보다 시어머니가 편하다. 시어머니가 성격이 온화하신 것도 있지만, 시어머니가 편한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누군가가 편하게 느껴지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그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때, 바로 그런 때에 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진정으로 편해진다. 내게는 시어머니가 바로 그런 존재다. 며느리인 나를 그저 존재 자체로 봐주는 사람, 내 시어머니는 그렇다.
부모가 되어보니 자녀가 자녀의 모습 그대로 존재하기를 바란다는 게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다. 플러스 원을 더 바라게 된다. 건강해라, 똑똑해라, 얌전해라, 키 커라...친정 엄마는 사랑은 많은 분이지만 내가 내 모습 그대로 존재하기를 원하진 않으셨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어쩌면 시어머니는 내가 당신의 딸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법적으로 맺어진 명목상의 가족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토록 초연하고 편안하게 나를 대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냉정하게 말하면 남이나 다를 바 없으니까. 그러나 역설적으로 진정한 사랑은 초연함과 무관심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대로 놔두는 것. 좋든 싫든, 거슬리든 아니든 그저 그 자리에 내버려두는 것.
시어머니와 함께 지내면서, 그간 어른의 눈치를 너무도 많이 보며 살았다는 사실을 내심 실감하게 되었다. 심기를 거스를까봐 말을 조심한다거나, 태도를 거짓되게 한다거나, 그런 건 적어도 내 시어머니 앞에서는 도무지 해야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녀가 내게 적당히 무심하고, 초연하고, 그래서 그 적당한 거리감 속에서 내 존재가 얼마든지 편안하게 살아 숨 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사랑은 사람과 상황에 따라 총천연색 모양을 하고 있겠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서 진짜 사랑의 모습은 내가 나일 수 있는 자유, 딱 그것이리란 생각이다. 그리고 그걸 시어머니로부터 배우게 될 줄은 사실 꿈에도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