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행복
나의 엄마는 3년 정도의 투병 끝에
얼마 전 하늘로 소풍을 떠나버렸다.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지만 어느덧 엄마가 나의 곁을 떠난 지 6개월여의 시간이 흘러가고
이제 조금씩 엄마가 없는 내 인생을 느껴가고 있다.
사실 나는 엄마에게 다정한 딸은 아니었다.
남들에겐 특히 시부모님들껜 한없이 다정하고 착한 큰며느리임에도
나의 엄마에겐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그런 자식이었다.
하지만 여느 엄마들이 그렇듯이
나의 엄마는 자식들에게 한없이 베푸는 사람으로
아파서 투병 중인 와중에도 근처에 사는 동생의 자녀들(나의 조카들)을 챙겼으며
내가 친정에 들를 때면 들통 가득 내가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끓여두었다.
나의 엄마는 젊은 시절부터 솜씨도 좋은 데다
손이 커서 항상 넉넉하게 만들어 나눠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아픈 와중에서 힘든 몸을 이끌고 내가 좋아하는 돼지고기를 가득 넣고
보글보글 푹 끓여 국물 맛이 일품인 김치찌개를 사골국 끓이듯 곰솥 가득 준비해 두었다가
내가 오면 꼭 간을 한번 보라고 하셨다.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자식이 가장 좋아하는 김치찌개만큼은 끝까지 챙겨주고 싶으셨지만
오랜 투병생활로 맛을 잘 느낄 수 없어 간을 맞추지 못하셨던 것이다.
사실 투병생활로 인해 김장을 하지 못한 채 여러 해가 지났기에
엄마표 김치가 아니라 고모가 만들어준 김치를 넣은 김치찌개는
오랜 기간 먹던 엄마의 맛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매번 " 그래 엄마! 이 맛이야!! 나는 왜 이런 맛을 못 내겠지? " 라며
국물을 입에 넣자마자 감탄을 하곤 했다.
나는 물론이고 나의 딸도 할머니김치찌개는 정말 최고라며
할머니 김치찌개는 참을 수 없다고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내곤 했으니
나의 엄마에겐 들통 가득 끓여두는 김치찌개가 엄마의 행복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내 옆에서 반찬을 챙겨주고
내가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끓여주며 잘 버텨낼 것 같았던 나의 엄마는
전이된 암으로 인해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하늘로 소풍을 떠나버리고 말았는데
나는 혹시나 엄마의 솜씨가 담긴 반찬이 있으면
냉동을 해두라고 엄마의 맛을 느끼고 싶었지만
앞서 말했듯이 오랜 투병으로 인해 엄마의 냉장고는
엄마의 솜씨가 아닌 고모의 솜씨, 반찬가게 솜씨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난 엄마가 마지막으로 병원에 입원하기 전
틀통 가득 끓여두어던 김치찌개를 끝으로
더 이상 엄마의 맛을 느낄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