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옛날 아주 먼 옛날, 떡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호랑이가 살고 있었어요. 그래서 하늘나라에서 떡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를 무척 부러워했답니다.
“어흥! 어흥!”
호랑이는 산 위에서 커다랗게 소리를 질렀어요. 떡이라도 뚝 떨어지길 바라면서요.
산밑 작은 오두막에는 떡장수와 오누이가 살고 있었어요.
“어휴 저놈의 호랑이 누굴 잡아먹으려고 저렇게 소릴 지를까? 아유 무서워.”
떡장수는 호랑이의 어흥하는 소리에 몸을 떨었어요.
떡장수는 광주리에 담긴 떡과 머릿수건을 챙겨 장에 갈 준비를 했어요.
“아무에게나 문 열어 주면 안 된다. 호랑이가 둔갑하고 올 수 있으니 엄마인 걸 확인하고 문 열어야 한다. 알았지?”
“엄마 장에 갔다가 언제 오세요?”
오빠는 엄마에게 물어보았어요.
“광주리 떡을 다 팔면 올게.”
엄마가 이야기했어요.
“호랑이가 오면 어떻게 해요? 호랑이가 잡아먹기도 한다는데 우리 무서워요. 안 가시면 안 돼요?”
동생이 몸서리를 치며 엄마에게 애원했어요.
“이 떡을 팔아야 제사도 지내고, 너희 옷도 사고 쌀도 살 수 있단다. 얼른 다녀올 테니 밖에 나가지 말고 방안에 꼭 있어야 한다.”
떡장수는 몇 번이나 다짐하고 서둘러 장에 가셨어요.
하늘 위 달나라에서 떡방아를 찧던 토끼들은 새해가 다가오자 큰 걱정이 생겼어요. 달나라 옥황상제님이 토끼네 떡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구름떡을 주문하셨대요. 구름떡은 찹쌀가루에 대추, 밤, 호두, 잣을 넣어 층층이 구름 모양으로 만들어요. 아름다운 떡이지요. 그래서 만드는 데 손이 많이 가는 떡이에요.
토끼네는 옥황상제님이 주문한 떡을 기한 내에 만들지 못할 것 같았어요. 새해 전날까지 떡을 바치지 못하면 벌을 받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토끼들은 사정을 말씀드리기 위해 옥황상제님을 찾아 길을 떠났어요.
호랑이는 배가 고팠어요. 어슬렁어슬렁 동굴에서 나와 먹을 것을 찾고 있었어요. 어디선가 바람결에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솔솔 풍겨왔어요.
저 멀리 어떤 아주머니가 커다란 광주리를 이고, 산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어요.
떡을 팔러 고개 너머 마을로 가고 있는 오누이의 엄마 떡장수였어요.
호랑이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를 따라 언덕을 내려갔어요.
떡장수가 가고 있는 길을 막고 물었어요.
“여기 보시오. 어디 가는 길이요?”
떡장수는 호랑이를 보고 깜짝 놀라서 벌벌 떨면서 말했어요.
“산 너머 마을에 떡 팔러 가는 길인데요.”
“아주머니 그 광주리에 떡이 들어 있소?”
호랑이는 떡장수에게 물었어요.
“네 이 떡 팔아서 우리 애들 옷도 사고 쌀도 사야 합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떡장수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힐까 봐 광주리를 꼭 쥐고 뒷걸음질 쳤어요.
“떡 하나만 주시오.”
호랑이는 참기름 냄새를 가까이서 맡자, 입에서 침이 줄줄 흘렀어요. 떡장수는 호랑이가 침을 흘리며 다가오자, 겁이 나서 떡을 하나 꺼내 호랑이에게 던져 주었어요. 그리고 호랑이가 떡을 먹고 있는 사이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갔어요.
호랑이는 떡을 먹고 떡값을 안 준 것이 생각나 떡장수를 찾았어요.
“떡장수 아주머니가 어디로 갔지?”
떡장수는 땀을 뻘뻘 흘리며 고개 하나를 넘었습니다.
고개 너머 있는 마을까지 갈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어요. 부지런히 두 번째 고개에 도착했어요. 호랑이도 떡값을 주기 위해 참기름 냄새를 따라서 번개처럼 달려 두 번째 고개로 갔어요.
“에구머니나 떡 하나 줬으면 됐지 뭘 더 먹으려고 여기까지 따라왔어?”
떡장수는 먼저 와서 길을 막고 있는 호랑이를 보고 기겁을 했어요.
“떡값을 주려고 왔네.”
호랑이는 점잖게 말했지만 떡 냄새가 나자 먹고 싶어 코를 벌름거리며 침을 흘렸어요.
“떡값은 무슨? 떡 빼앗아 먹으려는 네 속을 모를 줄 알고.”
엄마는 떡을 꺼내 던져 주었어요. 호랑이가 정신없이 먹고 있는 사이 엄마는 재빨리 도망쳤어요.
호랑이는 떡값 얘기하러 왔다가 떡을 하나 더 얻어서 신이 났어요. 떡값은 잊고 널름 널름 떡을 먹었어요. 떡은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었어요.
입맛을 다시며 입가의 묻은 떡가루를 널름 널름 핥아먹었어요.
“떡 팔아서 쌀도 사고 옷도 사야 한다고 했는데, 떡을 두 개나 얻어먹어서 어쩌지.” 호랑이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이번에는 떡값을 꼭 줘야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어요. 그래서 다시 엄마를 쫓아 세 번째 고개로 갔어요. 호랑이는 떡장수를 놓칠까 봐 허둥지둥 달려갔어요. 입에서 단내가 나고 침이 흘렀어요. 세 번째 고개에서 호랑이를 본 떡장수는 오늘 장사는 다 틀렸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호랑이를 본 떡장수는 다리에 힘이 빠져 털썩 주저앉고 말았어요.
“사람 살려요! 제발 사람 살려 주세요!”
엄마는 너무 무서워서 벌벌 떨었어요.
“아주머니 떡값 주려고…”
떡장수는 호랑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광주리를 던졌어요. 그리고 허둥지둥 도망을 쳤어요.
떡 광주리는 호랑이 얼굴에 맞고 떨어졌어요.
떡을 본 호랑이는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어이쿠 맛난 떡이구나.”
광주리에서 마지막 떡까지 꿀떡꿀떡 배부르게 먹었어요. 떡을 다 먹고 나서 호랑이는 주변을 둘레둘레 살펴보았어요.
“떡값 주려고 하는데 왜 자꾸만 달아나는 거지?”
호랑이는 떨어진 수건을 쓰고 떡장수 냄새를 따라 한 고개, 두 고개, 세 고개를 다시 넘었어요. 마을과 떨어진 곳에 작은 오두막이 있었어요. 광주리에서 나는 냄새를 따라 그 집으로 다가갔어요.
“이보시오. 아무도 없소?” 호랑이는 소리쳤어요.
“오빠 누가 왔나 봐 어떻게 하지?.”
졸고 있던 동생이 문 쪽으로 다가갔어요.
“아무도 없나? 아무도 안 계시오?”
기척이 없자 호랑이는 다시 불렀어요.
오빠가 문에 난 작은 구멍으로 밖을 내다보았어요. 엄마 머릿수건과 바구니가 보였어요.
“어! 엄마다.”
오빠는 엄마인 줄 알고 문을 열려고 했어요.
“오빠 엄마 목소리가 아니야.”
동생이 오빠를 말렸어요.
“누구세요?”
오빠는 떨리는 목소리로 조그맣게 물었어요.
“떡장수에게 떡값 주러 왔으니 떡값 받으러 나오너라”
호랑이가 이야기했어요.
“엄마는 아닌가 봐! 떡 사 먹은 손님인가 봐.”
오빠는 문을 열고 나가 봐야 할지 고개를 갸웃합니다.
“아니야 오빠! 엄마가 아무에게나 문 열어 주면 안 된다고 했잖아.”
동생은 문고리를 꼭 잡고 오빠를 말렸어요.
“얘들아, 떡값 주려고 왔어. 문 좀 열어보렴.”
호랑이는 아이들이 문을 열어 주지 않자, 수건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어요.
“오빠 엄마 수건이야.”
문틈으로 내다보던 동생이 울먹이며 말했어요.
“호랑이가 엄마를 잡아먹고 우리까지 잡아먹으러 왔나 봐 어떡하지?”
두 오누이는 둘이 끌어안고 울고 말았어요.
“오빠 호랑이가 물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했어. 뒷문으로 나가서 나무 위에 숨자.”
동생과 오빠는 손을 꼭 잡고 살금살금 뒷문으로 나갔어요. 집 뒤에 커다란 나무 위로 조심조심 올라갔어요.
“얘들아, 문 열어 보렴.”
호랑이가 힘차게 문을 두드리자. 문이 와지끈하고 부서져 버렸어요.
“어이쿠 이런 문이 부서졌네”
호랑이는 미안한 얼굴로 방 안을 둘러보니 오누이는 보이지 않았어요.
열려있는 뒷문으로 나가보니 아무도 없었어요. 두리번두리번 아이들을 찾는 호랑이를 보던 동생은 무서워서 부들부들 떨었어요.
동생이 몸을 움직이자 마른 나뭇잎이 떨어졌어요. 호랑이는 나무 위를 쳐다보았어요.
호랑이는 자초지종을 얘기하려고 나무 위로 따라 올라가려고 했지만, 나무가 미끄러워 자꾸만 떨어졌어요.
“얘들아, 어떻게 그 높은 곳까지 올라갔니?”
오빠는 자꾸만 엉덩방아를 찧는 호랑이가 우스워서 깔깔대고 웃었어요.
“바보야 도끼로 나무를 찍으면서 올라오면 되잖아.”
호랑이는 마당에 있는 도끼로 나무를 찍으면서 올라갔어요.
오누이는 호랑이가 점점 올라오자 무서웠어요. 오누이는 나무꼭대기까지 올라와 더 이상 갈 데가 없었어요. 나무 위로 올라오는 호랑이를 바라보며 하늘을 향해 울면서 소리쳤어요.
“하늘에 계신 옥황상제님 도와주세요. 호랑이가 잡아먹으려고 해요.”
달나라 옥황상제님은 토끼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어요. 명절을 앞두고 일손이 모자라 구름떡을 다 만들지 못할 것 같다고 하자, 옥황상제님은 크게 화를 내었어요.
“그럼, 이번 새해 잔치에 쓸 떡을 어찌할 작정이냐?”
“옥황상제님 구름떡은 손이 많이 가는 떡이라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십시오.”
토끼들은 두 손을 모으고 간청했어요.
“새해 잔치에 쓸 떡을 새해가 지나서 가지고 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새해가 밝기 전 떡을 만들어 오도록 해라.”
“그럼, 떡의 양이라도 줄여 주십시오. 새해 첫날까지 그 많은 구름떡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일손이 모자라면 친구들을 불러서 만들면 되지 않느냐? 새해 첫날 아침까지 떡을 가져오지 않으면 돌절구를 깨어 버리고 다시는 떡을 만들지 못하게 할 것이다.”
옥황상제님의 호통에 토끼들은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벌벌 떨었어요.
그때 하늘 아래에서 간절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어요.
“하늘에 계신 옥황상제님 저희를 살려주시려면 동아줄을 내려주세요.”
오누이들의 하소연에 옥황상제님은 급히 동아줄을 던져 주었어요. 그때 호랑이가 나무 위로 올라와 밧줄에 매달렸어요. 오누이는 하나의 밧줄에 둘이 매달리게 되었어요.
“얘들아, 떡장수에게 떡 사 먹고 떡값을 주려 했더니 광주리를 던지고 그냥 가셨단다. 그래서 떡값을 주려고 여기까지 왔어. 고개 하나 넘어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동굴이 있단다. 그 동굴 속에 귀한 약초가 많이 자라고 있으니, 떡값으로 가지고 가렴”
그 순간 오누이가 잡고 있던 동아줄이 끊어졌어요. 다행히 아이들은 지붕 위에 떨어져 다치지 않고 집으로 내려올 수 있었어요.
호랑이는 동아줄을 잡고 달나라로 올라가게 되었어요. 달나라 옥황상제님과 토끼들은 눈이 깜짝 놀랐어요.
“살려달라 외치던 불쌍한 오누이는 어디 가고 네가 왔느냐?”
옥황상제님은 놀란 눈으로 호랑이를 바라보았어요.
옥황상제님을 본 호랑이는 놀라서 울먹였어요. 그동안 있었던 일을 주절주절 털어놓았어요.
옥황상제는 감탄하며 말했어요.
“떡장수의 떡이 그리 맛있었느냐? 여기 토끼들이 만든 구름떡도 아주 맛있단다.
토끼들을 도와 떡을 만들어 주면 맛있는 떡을 하사하겠노라.”
달나라 옥황상제님의 말에 울먹이던 호랑이는 좋아했어요.
일손이 모자라 걱정하던 토끼들도 호랑이와 같이 떡을 만들게 되어 기뻤어요.
한편 떡을 모두 빼앗긴 엄마는 크게 낙심하며 집으로 돌아왔어요. 돌아온 엄마에게 오누이는 호랑이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이야기를 듣고 엄마는 아이들과 광주리를 들고 호랑이가 알려준 산속 동굴을 찾아갔어요. 그곳에는 산삼, 더덕, 좋은 약초들이 많이 있었어요. 한 광주리 가득 캐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엄마는 떡 대신 약초를 팔아 오누이들의 옷도 사고 제사도 지내고 쌀도 사서 즐거운 설날을 보냈어요.
떡을 좋아하는 호랑이는 토끼들과 열심히 떡을 만들어 옥황상제님께 구름떡을 가져다 드렸어요. 떡을 드신 옥황상제님은 호랑이와 토끼들을 칭찬하시고 토끼들에게 커다란 옥 절구를 호랑이에게는 맛있는 떡을 선물로 주셨어요. 보름달이 둥실 뜬 날, 밤하늘을 올려다보세요. 호랑이가 신이 나서 옥 절구에 방아 찧는 모습이 보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