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에 부딪치는 새들>을 읽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바람이 살살 불고 있었다.
바람은 불다가 문득 멈추기도 하고 길에 떨어진 낙엽을 굴리기도 하고 가로수를 세차게 흔들기도 한다.
눈앞에 뭔가 작은 것이 날아왔다. 아주 작은 동전만 한 깃털이었다. 날개를 펼치듯이 부드러운 깃털은 바람을 타고 내 눈앞까지 날아왔다가 바람에 하늘하늘 눈앞에서 위로 올라갔다. 바람이 잠시 멈추었는데 깃털이 날아오르는 것이 신기했다. 누군가 보이지 않는 작은 손에 받쳐 들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 같았다. 건물 창가로 천천히 올라갔다. 한동안 올라가더니 문득 멈추었다. 다시 중력을 타고 서서히 내려왔다. 무엇에 홀린 듯 깃털을 바라보았다. 다시 내 주변을 돌고 길가에 작은 화단으로 스르르 몸을 숨기는 깃털을 보다가 지난번 일하러 가는 길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밖이 내다보이게 지은 호텔이라 유리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호텔 유리창 밑에 작은 새 한 마리가 떨어져 있었다. 참새는 아니었고 처음 보는 새였다. 작은 몸은 참새보다 조금 컸고, 회색빛이 감도는 아름다운 깃털에 작은 두 발을 모은 채 모로 누워 있었다. 너무 안쓰러웠다.
그 작은 새는 쇠솔새였다. 쇠솔새는 몸길이 약 13cm 올리브색 윗면과 노란빛 연녹색 아랫면을 가진 참새목 휘파람샛과 나그네 새이다. 아고산대의 침엽수림에 서식하는 새이고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하며 먹이를 찾으려 땅으로 내려오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런 새가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나 창에 부딪쳐 떨어졌다. 유리창 밑에 어린 몸을 누이고 생을 마감하였다. 죽음은 작은 새의 가녀린 손을 잡고 따뜻하고 근심 없는 곳으로 가자고 손을 내밀었다. 그곳은 눈부시게 빛나는 유리창도 없고 날카로운 발톱의 사나운 새들도 없는 곳. 작은 새는 버려진 자기 몸을 바라보다가 햇살이 비치는 곳으로 비상했다.
하늘의 로드킬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새가 유리창을 못 보고 부딪쳐 목숨을 잃는 것을 말한다.
<유리창에 부딪치는 새들> (글 그림 소소한 소통, 엮음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1년에 약 800만 마리의 새가 유리창에 부딪쳐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760만 마리는 건물의 유리창에 부딪치고 약 23만 마리가 고속도로의 투명한 방음벽에 부딪쳐 피해를 본다고 하는데 이것은 조사된 숫자이고 그 외에 얼마나 더 많은 새가 이에 따라 목숨을 잃고 사라져 가고 있는지 모른다고 한다.
인간이 살기 편하게 만들어 놓은 건물로 인해 방어벽으로 인해 많은 새가 목숨을 잃고 있다는 것은 인간의 이기심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일이다. 자연과 공존하며 사는 것이 인간도 살고 자연도 살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로드킬을 당하는 길짐승과 날짐승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희생당하는 것을 모르는 척 묻어놓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기적이다. 그런 일에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눈을 감고 있는 나도 이기심 많은 인간이다. 책에는 로드킬을 당한 새가 죽어있을 때와 살아있을 때 할 수 있는 일을 알려준다.
새가 유리창에 부딪치는 것을 방지하려면 유리창에 일정간격의 작은 점을 찍어 앞에 창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해주거나 굴곡이 있는 유리로 건물의 외벽을 장식하면 새들의 부딪침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창공을 날아 다니는 새들이 춥지도 배고프지도 보이지 않는 유리창에 부딪치는 일들도 더이상 없기를 바란다. 그리고 새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