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었던 사흘간

by 황현경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지금은 예전처럼 추운 날씨는 아니다.

예전에는 수도계량기가 얼어 터지고 거리에 나서면 칼바람이 볼을 스치면 살을 에는 것처럼 아프게 추운 날씨였다. 결혼하고 이듬해 겨울 큰아이는 아직 갓난아이였을 때이다.

추운 날씨는 연일 계속되었고, 방송에서는 수도 동파 사고를 알리며 수도계량기에 솜이나 헌 옷으로 보온해서 동파 방지하라고 알려주는 뉴스를 하고 있었다.

우리 집은 빌라 3층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수도 물이 나오지 않고 가스불도 켜지지 않았다.

그리고 방에 보일러가 돌지 않아 냉골이 되었다.

그때는 보일러에 물을 데워서 방구들로 보내 방을 따뜻하게 하는 방식의 온돌이었다.

우리 집은 방 두 칸에 화장실과 작은 거실이 주방에 붙어있는 구조였다.

베란다는 옆집에만 있어서 보일러는 옆집 베란다에 두 집의 보일러가 설치되어 있었다.

보일러가 얼어서 작동이 안 되는 것 같아 옆집으로 갔다.

옆집에 어린 부부가 살고 있었다. 보일러 한 개는 잘 돌아가는데 한 대는 얼어서 물이 나오지 않았다.

드라이기를 가지고 가서 더운 바람을 수도관에 쏘였다.

한 시간 이상 드라이기로 보일러의 수도관을 녹이자, 물이 방울방울 떨어지더니 금방 콸콸 쏟아졌다.

물은 나왔지만, 보일러는 가동되지 않았다.

도시가스 공사에 전화하니 다음날 점검해 줄 수 있다고 했다.

차가운 방에 두꺼운 이불을 깔고 옷을 입은 채 오들오들 떨며 밤을 보냈다.

어린아이가 감기라도 걸릴까 싶어 걱정되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서로 끌어안고 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기사가 와서 보일러 점검을 했는데 가스요금이 미납되어서 가스가 정지상태라고 했다.

가스요금을 연체하거나 미납한 적이 없다고 했더니 기사가 보일러의 두 대의 납부 내역을 확인해 주었다.

알고 보니 두 개의 보일러가 바뀌어 고지되고 있었다.

옆집에 사는 어린 부부가 미납한 상태였다.

가스요금을 제대로 냈음에도 불구하고 냉골에서 아이와 떨고 남의 집 보일러를 녹이느라 애썼다고 생각하니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

하지만 어린 부부가 돈이 없어, 그렇게 된 상황이니 화를 낼 수도 없었다.

가스회사에서 다시 우리 집 보일러의 가스를 연결해 주고 보일러는 다시 작동되었다.

방은 다시 따뜻해지고 생활은 정상으로 돌아갔지만, 이틀 밤 추운 방에서 떨었던 것을 생각하면 세상에 이런 일도 다 있구나 싶어 웃음만 나온다.

가스요금도 못 낼 만큼 어려웠던 그 어린 부부는 잘 살고 있겠지.

삼십 년 전 일이라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 일을 기억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겨울이 오고 기온이 내려가고 강이 언다는 소리가 들리면 문득 그때 일이 기억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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