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by 황현경

나무 아래 땅속에서 꽃씨가 말했다

흙이 따뜻하고 촉촉해졌어

이제 밖으로 나갈 시간이야

나무에서 휘파람 소리가 났다

아니 아직 나올 때가 아니야

멀리서 오는 구름이 눈을 내릴지도 몰라

흙이 이렇게 포근하고 말랑거리는 건 나가도 좋다는 뜻이야

바람이 차가워지고 있어 내 머리끝이 선뜻한 걸

아니야 지금,

지금 나가지 않으면 난 다음 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몰라

좀 더 잠을 자는 건 어때

작은 새싹이 고개 내밀고

멀리서 온 구름은 하얀 눈을 뿌리고

나무는 새싹에게 마른 낙엽을 덮어 주었다

그렇게 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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