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잭 째잭 째잭 뻐꾹뻐꾹
아침 7시 30분 밥솥에서 뻐꾸기 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늘은 밥이 잘 되었나 보다.
지난번에 한우 주문하면서 서비스로 온 한우 국거리를 끓는 물에 데쳐 불린 미역과 참기름에 볶았다. 국간장 두 숟가락 넣고 참기름에 볶으니 달콤하고 구수한 냄새가 주방에 가득 찬다.
‘음 맛있는 냄새!’
나는 미역국이 좋다. 아이 낳고 한동안 미역국만 먹어서 미역국이 진력날 만도 한데 좀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니 미역국이 좋아졌다.
오늘 아침은 고압 백미 밥에 미역국과 밑반찬이다. 구수한 밥 냄새와 미역국 냄새는 먹기 전부터 식욕을 돋운다.
스무 해도 더 된 이야기다.
하계역 세이브존이라는 백화점(그때도 세이브존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에서 아이들의 봄 이불을 두 개 구매하고 경품 응모를 했다. 어떤 경품이 있는지도 모르고 했는데 당첨되었다고 문자가 왔다. 진짜로 당첨된 것인지 믿기지 않았지만, 고객센터에 방문해서 문의했다.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더니 2등에 당첨되었다면서 상품을 꺼내 주었다. 빨간색 쿠쿠 전기압력밥솥 6인용이었다. 얼떨떨했다. 그렇게 전기압력밥솥과 만나게 되었다. 요술램프의 지니가 전기압력밥솥을 가지고 싶다는 소원을 들어준 것 같았다. 우연히 응모한 경품에 당첨될 줄이야. 꿈꾸는 것 같았다. 그동안 일반 전기밥솥을 사용하고 있어서 전기압력밥솥이 몹시 가지고 싶었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아 망설이고 있던 때였다. 흥분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쌀을 안치고 밥을 했다. 압력밥솥이 밥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고 그 상황이 믿기지 않아서 밥이 되는 내내 밥솥을 지켜보았다. 밥은 고슬고슬하고 찰지고 윤이 났다. 밥만 먹어도 맛이 있었다.
원데이 클래스에서 밥솥으로 약식 만드는 것을 배웠다. 찹쌀을 불리고 말린 대추와 밤 그리고 잣과 꿀, 참기름, 계핏가루를 솥에 넣고 취사를 눌러 놓으면 맛있는 약식이 된다. 아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라 선생님께 인사하러 갈 때면 선물로 준비해서 가지고 갔었다. 뜨거울 때 네모난 틀에 넣어 모양을 만들고 위에 예쁘게 말아서 썬 대추와 잣 그리고 깨를 뿌려 한 개씩 떡처럼 비닐에 싸서 락앤락 통에 넣어갔다. 나눠 드시라고 드리면 반가워하셨다.
3월 9일 월요일 쉬는 날 전기압력밥솥을 보자기에 쌓다. 캐리어에 넣고 버스를 탔다.
10년 가까이 사용하던 경품으로 받았던 밥솥이 너무 낡은 것 같아서 버리고 새로 밥솥을 구매했다. 그리고 새로 구매한 압력밥솥을 8년 정도 사용했는데 어느 날부터 밥을 하면 김이 새었다. 압력 추에서 김이 나오지 않고 옆으로 새었다. 혹 청소를 안 해서인가 싶어 압력 추를 핀으로 뚫어주고 깨끗하게 청소했지만 여전했다. 뚜껑도 잘 닫히지 않고 밥은 퍼실 퍼실 맛이 없었다. 혹 쌀이 문제인가 해서 쌀도 맛있는 쌀로 바꿔 밥을 해봤지만, 밥은 수분이 다 날아간 것 같고 찰기가 없었다. 고무 패킹을 구매해서 교체해 볼까? 한동안 고민하다가 수리해 보고 안 되면 새로 구매하리라 마음먹고 쿠쿠 서비스 센터로 갔다. 등촌역 앞에 있는 쿠쿠 서비스센터는 대리점도 같이 하고 있었다. 억지로 캐리어에 욱여넣은 밥솥을 직원과 같이 당겨서 빼고 접수를 했다.
“밥이 퍼실 퍼실하고 밥 할 때 김이 새요. 뚜껑 여닫을 때도 뻑뻑하고요.”
잠시 기다리라 하더니 상태를 확인해 보고 수리 센터 안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여러 개의 밥솥이 수리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뚜껑이 휘어져서 뚜껑을 교체해야 하고 내솥에 코팅이 벗겨져서 교체하면 수리비가 17만 원이 든다고 한다. 고민 끝에 아이들을 불렀다. 아이들과 같이 의논했다. 수리하느니 새로 구매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났고 어떤 것을 고를지 살펴보았다. 전기압력밥솥에 여러 기능이 있었고 모양도 다양했다. 그리고 가격도 다양하게 비쌌다. 이번에는 좀 좋은 제품으로 구매해서 오래 사용하고 싶었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고민하고 있었는데 9일은 쿠쿠 데이라 카톡 친구 추가하면 복권을 준다고 했다. 복권을 긁어보니 2등이다. 2등이면 40% 할인해 준다고 한다. 매장에서 가장 고급형을 구매했다.
다음날 집으로 밥솥이 배송되었다. 밥솥을 꺼내 내솥을 씻고 쌀을 안쳤다. 고압 백미 밥을 했다. 밥 솥뚜껑을 여니 밥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구수한 냄새가 주방에 가득 찬다.
어릴 때는 엄마는 커다란 양은솥에 밥을 했다. 솥에 고슬고슬 밥을 지어 밥공기에 밥을 푸면 모락모락 맛있는 김이 폴폴 흘러나왔다. 그리고 시골 이모님은 부엌에 있는 무쇠솥에 밥을 하셨다. 무쇠솥에 지은 밥은 감칠맛 나고 구수하니 맛있었다. 지금 밥솥들은 무쇠솥 밥맛을 낸다고 하지만 진짜 무쇠솥 밥은 정말 맛있었다.
작은 아이가 요즘 밥솥은 밥이 잘되면 새소리가 난다고 한다. 무슨 밥솥에서 새소리가 나느냐고 했다.
다음날 고압으로 잡곡밥을 했는데 밥솥에서 뻐꾸기 울음소리가 났다. 어떻게 이런 기능을 넣었는지 놀라웠다. 밥솥은 잔소리도 가끔 한다. 밥솥 뚜껑을 닫아주세요. 물받이를 비워주세요. 그리고 고압으로 밥을 하면 쫀득쫀득 찰기가 있는 밥이 되고 무압으로 고슬고슬한 밥을 지어 김밥용이나 볶음밥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양은솥이나 냄비 밥을 먹으며 자란 나에게 전기압력밥솥의 기능은 신기하게 느껴진다. 밥솥이 더 진화하면 어떻게 어떤 모습이 될까? 밥을 스스로 하는 밥솥이 생기는 건 아닐까? 아니, 밥 대신 다른 대체용품이 나와서 밥을 안 먹고살게 되진 않을까?
그래도 따끈한 밥 위에 잘 익은 김치 한쪽처럼 맛있는 맛, 질리지 않는 맛은 포기하고 싶지 않다. 이번에 구매한 밥솥은 오래오래 우리 식구들의 맛있는 밥을 책임져 주도록 관리를 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