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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그늘 Jan 16. 2023

음식여행

김치가 맛있어요 김장여행 1부

“얘들아 어서 일어나 기차 시간 늦겠어. 할아버지 댁에 가야지.”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박새롬입니다. 동생은 박재롬 2학년입니다. 아빠는 인테리어 일을 하시고, 엄마는 어린이집에서 일하십니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늦잠 자고 싶은데 아침부터 깨웁니다. 따뜻한 이불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나와 동생은 이불속으로 점점 더 기어들어 갔습니다.

“좀만 더 잘래 …”

“안돼 기차 타러 가려면 서둘러야 해.”

엄마는 어제 어린이집에서 일하고 돌아와 빨래와 청소를 하고, 밤늦게까지 집안일을 하셨는데 피곤하지 않으신가 봐요. 아침부터 가방을 펼쳐 놓고 짐 싸느라 바쁘십니다. 


“할아버지 댁에 왜 가는데?”

“김장하러 가는 거야.”

“김장?”

“겨울에 먹을 김치를 많이 만들어서 저장해 두고 먹는 거야. 할머니께서 배추 다 자랐다고 어서 와서 김장하라고 전화 왔었어.” 

“에이 난 가기 싫은데 날씨도 춥고 김치 매워서 먹기 싫은걸.”

“언니 김치가 얼마나 맛있는데 하얀 쌀밥 한 숟갈에 새콤새콤한 김치를 얹어서 한입 먹으면… 어유 침 넘어가네.”

어느새 일어난 재롬이는 신나게 몸을 흔들며 얘기합니다.

“너는 매운 음식 좋아하니까 맛있지!”

“아니야 맵긴 하지만 밥이랑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 

“그래 재롬이 말이 맞아 김치가 맛있기도 하지만 건강에도 좋아, 세계 5대 건강식품 중 하나야. 영양소는 많고 칼로리는 낮고 섬유소도 많아. 어서 김장하러 출발하자. 엄마가 기차역에서 햄버거 사줄게.”  

   

할아버지 댁은 기차를 타고 갑니다. 갈 때마다 기차역 앞에서 사주시던 햄버거 생각을 하니 입에 침이 고입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사서 먹고 강원도로 가는 KTX 열차를 탔습니다. 할아버지 댁은 강원도 산골에 있습니다. 청량리역에서 KTX 열차를 타고 횡성역에 내립니다. 버스를 타고 삼십 분가량 더 가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고 계시는 부엉 바위 마을입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저희 왔어요. 뭐 하시는 거예요?” 

“어서들 와라. 오느라 고생했구나! 점심 안 먹었지? 장칼국수 해서 먹자.”

할머니가 환하게 웃으시며 반겨주십니다. 장칼국수는 할머니께서 어릴 적 할머니의 어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된장을 넣어 만든 칼국수라고 하셨어요. 

“난 된장 싫은데” 칼국수도 싫어하는데 장칼국수라니 배는 고프지만 먹고 싶지 않습니다. 

할아버지는 아궁이에 장작으로 불을 때시다가 나와 봅니다. 

“어서 와라 추웠지? 장작불을 피웠으니 방바닥이 따끈따끈할 거다”  

   

펄펄 끓는 된장 국물에 애호박과 양파 그리고 감자를 툭툭 썰어 넣고 대파도 넣었습니다. 할머니는 보자기처럼 넓게 편 밀가루 반죽을 척척 접습니다. 커다란 무쇠 칼로 가늘고 길게 썩썩 썰어서 냄비에 훌훌 던져 넣었습니다. 할머니가 마치 요술을 부리는 것 같습니다.

“다 됐다 어서 먹자”

따끈따끈한 아랫목에 앉아 할머니가 끓여주신 장칼국수를 먹었습니다.  

“와 맛있다 장칼국수 정말 맛있다. 할머니 최고” 

무엇이든 잘 먹는 재롬이는 칼국수를 후루룩 먹으며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맛있어? 우리 강아지 먹고 더 먹어라 많이 끓여놨다” 할머니는 흐뭇한 얼굴로 좋아하십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엄마, 아빠도 맛있게 칼국수를 먹습니다.    

  

“새롬이는 왜 안 먹니?” 

“저는 칼국수 싫어요” 

“조금만 먹어보렴. 할머니가 만드신 칼국수는 밀가루에 콩가루를 섞어서 직접 반죽하신 거야 쫄깃쫄깃하고 맛있어. 조금만 먹어봐” 

“아니야 난 밥 먹을래” 고개를 도리도리 흔드는 나를 엄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봅니다. 

“새롬이는 지금도 밥을 잘 안 먹니?” 

“아니에요. 수술하고 나서 이것저것 잘 먹어요” 나는 국물에 밥을 말아 조금 먹습니다. 

“잘 먹어야 튼튼하게 잘 자랄 텐데 먹지 않으니 걱정이구나.” 

    

나는 선천적으로 편도와 아데노이드가 비대해서 냄새도 잘 못 맡고 숨 쉬는 것도 힘들어했습니다. 어릴 때 음식 냄새도 못 맡고 맛도 몰라서 먹는 것을 즐겨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몸무게도 키도 친구들보다 작습니다. 동생 재롬이도 이 학년인데 나와 키가 비슷합니다. 몸이 약했던 내게 엄마는 내가 잘 먹는 것 위주로 챙겨 주셨습니다. 햄버거, 김밥, 돈가스, 불고기처럼 맵지 않고 냄새가 적은 음식만 주로 먹다 보니 매운 음식은 잘 못 먹습니다. 건강하게 잘 크려면 여러 가지 골고루 잘 먹어야 한다고 하시는 데 특히 냄새나 맛이 강한 음식이나 새로운 음식은 용기와 도전정신이 필요합니다.     

 

점심을 먹고 배추를 뽑으러 가자고 하십니다. 넓은 밭에 가득 초록색 배추들이 볏짚에 묶여 있습니다.

“배추를 체포했네, 꼼짝 마라 너희는 이제 김치로 만들어 버리겠다.” 

“재롬이 너 장난하지 말고 빨리 배추 옮기라고” 나는 커다란 배추를 한 통 두 팔 가득 안아서 수레에 담으며 장난하는 동생에게 한마디 합니다. 

“우와 배추 엄청 많아요. 할아버지” 내 말은 못 들은 척하고 할아버지에게 딴청을 부리는 동생이 얄밉습니다. 

“김장을 많이 해서 식구들이랑 나눠 먹으려고 많이 심었지”

할아버지께서 총각무를 뽑으며 말합니다. 


아빠는 무를 뽑고 있습니다. 무청을 잡고 힘차게 뽑으면 햇볕 받은 곳은 초록색으로 땅속에 있었던 부분은 하얀 색깔의 무는 커다랗고 기다랗습니다. 

“어이쿠 깎아 먹으면 시원하겠네”

“아빠 해 지겠어요. 어서어서 뽑으세요” 

“네네 새롬 아가씨, 아가씨는 배추나 얼른 나르세요” 수레에 싣고 온 무와 배추 그리고 총각무는 마당 가득 쌓였습니다.    


할머니는 마당에 커다랗고 빨간 고무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굵은소금을 훌훌 뿌립니다. 엄마는 배추의 겉잎 따서 쌓아놓고 배추를 반으로 갈라서 소금을 뿌립니다. 

“새롬아, 재롬아 소금물에 배추를 한번 넣었다가 배춧잎 사이사이에 소금을 조금씩 뿌려서 여기 비어 있는 통에 담아서 절일 거야 너희도 한번 해봐” 언니와 나는 엄마가 시킨 대로 배추 사이에 소금을 넣어서 통에 담았습니다. 손도 시리고 등도 아프고 배추 절이기는 재미없었습니다. 

“언니 우리 소금을 배추 위에 한 주먹씩 그냥 올리자 그러면 금방 끝날 거야”

 엄마가 배추 사이사이 소금을 조금씩 넣으라고 했는데 반 자른 배추를 소금물에 담갔다가 소금 한 주먹을 올리고 다음 배추도 계속 그렇게 하다 보니 빨리 끝났습니다. 우리는 서로 쳐다보고 씩 웃으며 엄마 다했어요. 하곤 따끈한 방으로 얼른 들어갔습니다.     

 

“아니 얘들이 배추 사이사이 소금 넣으랬더니 대충 올려놓고 들어가 버렸네” 엄마는 배추를 다시 절이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새롬이, 재롬이 가르쳐 준 대로 해야지 장난만 치고 이렇게 해도 되는 거니?

“잘못했어요” 엄마의 말 한마디에 종일 힘들었는데 눈물이 찔끔 납니다. 

‘춥고 힘들고 집에 가고 싶다’ 나는 방바닥에 뻗어버렸습니다.

“엄마 언니가 열이 나는 것 같아”

“어디 어디 어머 그러네! 추운 데서 배추 나르고 배추 절이느라 힘들었나 보다 어머니 새롬이가 열이 많이 나는데 혹시 해열제 없을까요?”

“여긴 약국도 없고 지금 밤이라 보건소도 사람이 없을 텐데 기다려봐라 내가 약을 만들어 오마”     

할머니는 한참 주방에서 뭔가를 하시더니 작은 냄비를 가지고 오셨어요.

 

“얘들아 이거 먹어라. 이거 먹고 한숨 자고 나면 개운할 거야”

냄비에는 배가 들어 있었어요.

“이게 뭐예요?” 

“예전에 약이 없을 땐 배속을 파내고 꿀을 넣어 쪄서 먹으면 몸살감기가 금방 나았단다. 뜨거우니까 호호 불어서 같이 먹으렴. 추운데 고생했구나.”

우리는 따뜻하고 달콤한 꿀배를 호호 불면서 맛있게 먹었어요.

“우와 약이 달콤해”

엄마도 걱정이 가셨는지 살며시 웃으셨어요.  

   

다음 날 아침 

“아픈 건 좀 어떠니?” 

할머니께서 걱정스레 물어보셨어요. 우리는 언제 아팠냐는 듯 벌떡 일어났어요. 

“어제 주신 꿀배 먹고 다 낳았어요. 먹는 음식이 약이 된다니 신기해요.” 

할머니는 새벽에 콩을 갈아 몽글몽글 순두부를 만들어 주셨어요. 순두부에 양념간장을 끼얹어서 아침으로 먹었어요. 고소하고 따뜻한 순두부를 먹고 나니 온몸이 따뜻하고 기분이 좋아졌어요. 

 김장 준비로 할머니는 커다란 솥에 찹쌀 풀을 만들어서 식힙니다. 


아빠는 커다란 고무통에 채칼로 무채를 썰었습니다. 

“어때 아빠 잘하지?” 

무채를 쓱쓱 썰면서 아빠가 싱글벙글하십니다. 

“새롬이, 재롬이랑 같이 김장하니까 이번엔 더 맛있겠네” 

아빠는 다 같이 모여서 김장하는 것이 즐거운가 봅니다. 나는 동생과 양파와 대파 껍질을 깝니다. 매워서 눈물을 줄줄 흘렸어요. 

“으아 너무 매워, 눈이 양파를 먹었어.”    -2부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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