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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그늘 May 21. 2023

최승자 시집 『빈 배처럼 텅 비어』 를 읽고

빈 배처럼 텅 비어

하루나 이틀 뒤에 죽음이 오리니

살았능가 살았능가

나는 있지만

따뜻한 풀빵 같은

슬픔을 치렁치렁 달고

아득히

한 마리의 떠도는 부운몽     


목차만으로 시가 되는 시집이다. 시를 읽으며, 시 제목을 이어 읽어보면 또 하나의 다른 긴 시가 된다. 그마저 이렇게 아름답다니 감탄이 절로 난다.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지만 짧은 시속에 그득그득 차오르는 울화들로 목이 메어왔다.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시를 썼을까? 어떤 마음이어야 이런 시를 쏟아 낼 수 있을까?   

  

’ 그의 작품세계는 한바탕 난장이 훑고 지나간 후의 권태와 상념에 대한 뒤돌아 봄, 그리고 삶에 대한 애착과 허무를 담은 시로 우리나라 현대 시인들 중에서는 아주 드물게 인기 작가가 됐다. 작품세계가 끔찍할 정도로 어둡고 자기 과거에 대한 노출이 적나라하다. 비극적 사랑에 의한 슬픔 혹은 인생의 덧없음에 의한 공허감, 자기 연민 등을 극한까지 밀어붙이고 이를 자학에 가까울 정도로 찢어발기며 냉소한다. 그런데 그러한 어둠이 아주 매력적이라는 게 반전이다. <나무위키에서 인용>          


얼마나 오랫동안

세상과 떨어져 살아왔나

“보고 싶다”라는 말이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깨달았다

(아으 비려라

이 날것들의  生)     


구름이 우르르 서쪽으로 몰려간다.


                                                 -얼마나 오랫동안 전문-     


작가의 그리움이 투명하게 보이는 시다. 나 자신이 작가를 외로움 속에 몰아넣고 문을 닫아버린 느낌이다.

‘아으 비려라하지만 그도 비린 그 날것의 보고 싶은 마음을 느껴보고 싶었을 것이다. 외로움처럼 사람을 극한의 감정으로 몰고 가는 단어는 없는 것 같다. “보고 싶다” 그 말끝에 볼을 타고 내리는 눈물 한 방울 닦아 주고 안아주고 싶은 시이다.     


시집을 많이 읽어본 적 없는 내가 시를 쓸 수 있을까 망설이고 있을 때 어느 학우님께서 시집 서른 권 읽으면 시를 쓰게 되더라고 하시는 말을 듣고 동아리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 말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건 아닌 듯하다. 아무튼 시는 어렵다.

서평을 쓰는 건 더더욱 어렵다. 다섯 번을 읽었다. 그래도 모르겠다. 느낌은 오는데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초보 포수 같은 느낌이다. 또한 표현할 줄 모르는 나의 어설픈 독해력 또한 한몫하지만 그래도 이 시집은 마음을 울리고 가슴을 치고 목이 메이게 하는 매력 있는 시집이다.    

  

한 판 넋두리를 쏟아놓은 기분이다 –목차  앞장에서 인용-     


여러 번 시집을 읽고 돌아와 이 글을 다시 읽으니, 작가의 마음을 알 것 같다.

교수님께서 시를 이해하려고 하지 말라고 하신 이유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그저 오는 감정을 마음으로 받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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