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은작가 <마음의 일>을 읽고

by 황현경

<장마>

어떤 날에 학교에 가기 싫었다

학교 생각만 해도 이유 없이 눈물이 났다

무슨 일이야?

친구랑 싸웠어?

선생님한테 혼났어?

엄마의 말에 눈물이 봇물이 되었다

흐르는 것이 터지는 것이 되었다

-후략-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아무 일도 없는데 그저 슬픔이 장마처럼 몰려올 때가 있다. 하지만 어른들은 이유 없이 우는 것은 이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어른들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노트가 젖고 운동화가 젖고 조간신문이 여태 젖어있고 그 아래 아무도 모를 마음이 잠겨 있었다. 아무라도 붙들고 싶어 무음으로 발버둥 치고 싶은 마음을 작가는 하나하나 속 시원하게 대신 말해 준다.

<해피엔드(happy end)>

-전략-

나는 도중에도 행복하고 싶어. 아침에 한번, 점심에 한번, 저녁에 두 번, 어제를 생각하고 오늘을 살아도 내일을 기다려도 조금은 설레고 싶어. 짧아진 봄에도 가을에도, 길어진 여름에도 겨울에도.

친구가 네트 너머로

고개를 쑥 내밀며 말했다

우리에게 해피엔드(happy end)가 아니라

해피 앤드(happy and)가 필요하네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동화가 아니라 행복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엔 어떻게 진행될까? 작가는 말장난 같은 말장난을 건넨다. 웃음이 슬며시 나온다. 언어 하나하나 공감되는 말이다. 나의 아이들이 입시를 하면서 느꼈을 생각을 여기에 나오는 시를 읽으며 이제야 공감한다.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기찻길처럼 서로 다른 생각으로 달리기만 했다. 조금만 더 아이의 마음을 헤아렸다면 우리 아이들이 좀 더 행복했을까? 행복이란 무엇일까? 대학교 입학?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전학 가듯 다시 학교에 가고 새로운 학교에 적응이 어려워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면서 다들 그렇게 사는데 너만 왜 힘들어하니라고, 다그친 적도 많았는데 반성하게 한다.

<힘내,라는 말>

힘들 때

친구들이 말한다

힘내

-중략-

힘내기 위해서도

힘이 필요하다

힘든데도

힘들여 힘을 내야 한다


흔히 하는 “힘내”라는 말이 펌프의 마중물처럼 힘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힘이 난다.라고 작가는 꼬집는다. 힘내기 위해서도 힘이 필요하다. 그동안 “힘내”하는 말을 생각 없이 했었지만 이젠 상대방에게 힘낼 수 있는 마중물이 있는지 먼저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이렇게 작가는 흔히 흘러가 버리는 단어 한 조각도 그저 흘려보내지 않는다 오은작가는 그동안 내가 모르고 쉽게 사용했던 언어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고 다시 한번 생각해서 사용하게 만든다.


<달 봐>

친구야 하늘 좀 봐

꿈을 가지라는 말은 아니지?

그냥 올려다봐 기분이 좋아져 꿈꾸는 기분이야

중략 -

우리의 걸음을 멈추게 한

우리의 한숨을 잠시 멎게 한

달 봐

잘 봐

떠오를 거야


졸업과 입학을 하는 친구들에게 아니 모든 청소년들에게 이 시를 들려주고 싶다. 잠시라도 그냥 기분 좋게 하늘을 올려다보고 꿈꾸는 기분 즐거운 기분을 느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냄비>

-전략-

나는 무엇이든 담을 수 있어요

담은 것들을 한데 어우러지게 할 수 있어요

나의 온기로 나의 열기로

마음만 먹으면

어떤 요리든 될 수 있어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오은 작가는 소년들 마음속에 숨어있는 원석들을 꺼내어 하나하나 예쁘게 갈고닦아주고 싶어 한다. 넌 너의 길을 가라고 그동안 상처받았을 마음 하나, 꺾어져 버린 마음 하나 힘들었을, 그래서 진흙 속에 숨겨져 보여줄 수 없었던 마음들을 시라는 하늘에 아름 다게 별로 만들어 붙여준다. 너희는 이 별보다 더 아름답고 너의 꿈은 이 별보다 밝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악마의 신부(미국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