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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빛 한 줌

by 황현경

햇빛 한줄기


이해인

오늘도

한줄기 햇빛이

고맙고 고마운

위로가 되네

살아갈수록

마음은 따뜻해도

몸이 추워서

얼음인 나에게

햇빛은

내가

아직 가보지 않은

천상의

밝고 맑은 말을

안고 와

포근히

앉아서

나를 웃게 만들지

하루를

살아야겠다

-「햇빛 일기」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날씨가 아주 따뜻해졌습니다.

꽃망울이 토도독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거리에 얇은 패딩이나 모직 외투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오늘도 두꺼운 겨울 패딩을 입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집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집에서도 추워서 긴팔을 입고 그 위에 카디건을 걸치고 있습니다.

그래도 춥습니다.

몸이 추운 건지 마음이 추운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겨울 패딩의 옷깃을 여미며 반짝이는 햇빛을 바라보았습니다.

포근하고 따뜻합니다.

도서관에 좀 늦게 갔더니 5층 어린이 열람실은 문을 닫았습니다.

원하는 책이 다 5층에 있어서 어떻게 할지 망설였습니다.

내일은 도서관이 휴관입니다.

그래서 한두 권의 책을 빌려 가야 할 것 같아 에세이 코너에 가서 책을 골랐습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책이 있었습니다.

젊어서 <민들레의 영토>, <내 혼의 불을 놓아> 시집을 읽고 엽서를 보냈었습니다.

그런데 이해인 수녀님의 친필로 엽서가 와서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수녀님의 시 한 편에 산문이 들어가 있는 책 <그 사랑 놓치지 마라>를 빌렸습니다.


그중에 이 시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추위를 타는 나에서 보내는 시 같았습니다.

“오늘도/한줄기 햇빛이 /고맙고 고마운/ 위로가 되네” 위로가 되는 구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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