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니 Jan 21. 2022

서서히 멀어져 간 모든 존재들

그래 우리 한때 친했었지

   꿈에 오랜만에 보는 친구의 얼굴이 나왔다. 대학교 4학년, 졸업작품을 하던 시절 자주 연락하며 친하게 지내던 친구. 졸업과 동시에 서서히 멀어져서 이제는 연락 한 번 하기가 망설여지던 그 친구. 신기하게도 꿈속에서 우린 학교의 갤러리를 거닐며 함께 웃고 있었다. 깨고 난 뒤의 여운에 한참 동안 그 친구를 생각했다. 그래, 우리 그땐 참 좋았지. 생각이 난 김에 연락이나 한 번 해볼까. 그랬는데 그리 반기지 않으면 어떡하지.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아무렇지 않은 척 ‘잘 지내? 오늘 꿈에 네가 나와서 갑자기 생각이 나 연락을 한다’는 너무나도 상투적인 멘트의 메시지를 보냈다. 괜한 짓을 한 게 아닐까 하는 고민을 채 하기도 전, 바로 사라져 버린 1이라는 숫자.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그 숫자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친구의 답장은 신속하게 돌아왔다. ‘엥 내가 꿈에 왜 나온 거야?ㅋㅋㅋㅋ 잘 지내지! 넌 잘 지내?’ 다행히도 답장은 걱정했던 것처럼 그리 딱딱하지도, 어색하지도 않았다. 우리가 한참 친하던 그 시절의 느낌 그대로. 그녀는 그때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다. 일 년이 넘는 서로의 공백 동안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 상투적인 안부를 묻는데도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어쩌면 연락의 말미쯤엔 다음번 약속을 기약할 수도 있겠지.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대학 시절의 인연을 되살려 계속 이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쉽진 않겠지만 종종 얼굴이나 보는 사이로 지내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작 끊겼던 연락이 시작된 것뿐인데 벌써 마음은 자라나 그녀를 만나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연락을 해볼 걸.


   가끔 연락하기 민망한 예전 친구들의 얼굴이 종종 떠오를 때가 있다. 마치 나의 오늘처럼 말이다. 그동안은 어차피 그들은 날 생각조차 않고 있을 거라며 연락하고픈 충동을 억눌러왔다. 하지만 그들 역시 오늘 이 친구처럼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을지도 모른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 역시 오랜만에 연락을 주는 친구가 반갑고, 고마우면 고마웠지 낯설거나 이상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그렇게 뜬금없이 하는 연락이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피부로 느껴지며, 그동안 가끔씩 나에게 연락을 주었던 몇몇의 친구들에게 새삼 고마워지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불평만 할 게 아니라, 생각나는 이들에게 먼저 연락해보는 용기를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어쩌면 사소한 안부 인사가 새로운 다리가 될 수도 있는 노릇이니 말이다. 올해는 잊혀 간 어렸던 친구들을 많이 되찾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인슈페너를 아시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