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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니 Sep 14. 2022

나는 나를 구하고 있다

오늘도 제법 나쁘지 않아

 나이가  자리 수가  되지 않았을 무렵 나는 교우 관계에 서툴렀다. 아직도 기억한다. 방에 들어가 혼자 조금 울고 싶다고 말하던 어린아이를. 그런 나를 위해 나의 부모는 기꺼이 대안학교를 알아봐 주었다. 결국 일반 초등학교를 6  채워 졸업했지만 만약 일반 초등학교가 아닌 대안학교를 다녔다면 어땠을지 종종 상상해본다. 만약 그랬다면 나의 삶은 조금 달라졌을까.


만약이라는 부사를 붙이면 삶은   그럴  해진다. 만약 내가 돈이 많다면, 만약 내가   예쁘다면, 만약 내가 작가가 된다면. 수많은 만약들이 나를 먹이고 살렸다. 상상 속에서 나는  완벽했다. 나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들이 자꾸 증발했다.  가정 속에서  정말 괜찮은 사람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만약은 힘을 잃었다. 아무리 실감 나게 가정해봐도 현실이 그렇지못했다.  이름 석자가 박힌 책이   생긴다면 완벽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나는 여전히 매일 올리는 에세이의 반응에 연연하는 아마추어일 뿐이었다. 그런  힘들었다. 이상과는 너무 다른 현실이.


그럴수록  글을 썼다.  글이 하찮게 느껴질수록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누구나 처음엔 원래 이래. 나의 글에서, 다른 작가들의 글에서 위로받았다.  원래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러니 무엇이든   있어. 자아가 비대해질 때마다 되뇌었다. 좋아하는 이슬아 작가가 서른에 가까워지며  말이 있다.   자기 글을 꾸준히 견딜  아는 애가 작가로 사는구나. 마치 요즘 같은 때의 내가 들어야  말이었다.


언젠가 나도 그걸 느끼게 되는 순간이 올까. 그날이 오게 되면 더는 만약을 습관처럼 사용하지 않게 되려나. 미래를 그린다고 해서 미래에 마음을 둬서는 안 됐다. 언제나 나를 구해낼  있는  지금의  자신뿐이다. 오늘도  하나의 실패를 하고  하나의 글을 썼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보다 훨씬 나은 하루를 살았다. 내가 지금 비록 초라하고 생각보다 비루할지 몰라도 이런 오늘이 있어야 내일의 내가 있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의 오늘은 실패가 아니었다. 나는 지금 나를 구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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