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았다
창업을 함께한 회사가 위태롭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위태로운 순간은 항상 있어왔지만 이번엔 존폐가 걸려있었다. 침몰하는 배와 함께 가라앉기 전에 각자 살 길을 도모해야 했다. 담담히 이야기를 꺼내는 회사 오빠 앞에서 나는 계속 목구멍이 뻐근했다. 이것이 우리 부푼 꿈의 말로인가. 결국 이렇게 될 거였나.
이런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걸 쓰지 않으면 아무것도 쓸 수 없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아는 오빠들과 창업을 함께했고 인생의 첫 도전에서 감히 승리를 거머쥐리라 상상했다. 대학원에 진학한 동기들도 있었고 대기업에 취직한 동기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나의 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작은 미비하더라도 언젠가 한 방을 터뜨리고 싶었다.
카페에 앉아 이직을 권유하는 오빠의 말을 가만히 들었다. 이직. 포트폴리오. 힘들겠지만 그래도. 분절된 음성들이 귀를 통과해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것도 아닌 시간은 없다지만 이렇게 끝나버리면 내 일 년 반의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남은 게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졌다.
하늘은 거짓말 같이 맑았다. 걸어오는 내내 회사에 대한 생각에 매달렸다. 내 젊은 일 년 반의 노력으로부터 배신당했다. 어쩌면 내가 노력을 배신한 건지도 몰랐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젠 어떻게 해야 하지.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부정하고 싶지만 이미 닥쳐버린 현실.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순응해야 했다.
저녁을 먹는 내내 입 안이 까끌까끌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엄마의 맞은편에 앉아 태연하게 밥을 씹는 것이 고역이었다. 밥을 먹는 내내 중력을 느끼는 일. 정말 오랜만이었다. 우울증이 완화된 이후로 거의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 밥을 이상하게 먹는 나를 유심히 관찰하는 엄마의 시선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무것도 말할 수 없었다. 슬픈 일이었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