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물의 속삭임 프롤로그
처음엔 아이가 달팽이를 키우자고 졸랐다.
자연관찰 책에서 본 것을 실제로 보고 싶은 모든 아들의 로망은 사슴벌레, 장수풍뎅이를 키우는 것 같다.
주위에서 반대하는 부모들을 더 많이 봐왔고 나도 용기가 선뜻 나지 않았다.
이미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의 사육통 청소부터 산란한 알들의 부화통 토밥에 이식해 주는 고단함을 마다하고 애벌레들을 성충으로 키워냈으나 아이의 관심은 번식을 시키거나 애벌레를 꺼내서 구경을 하거나 사슴벌레의 수컷의 큰 뿔에 감탄하며 구경만 하는 천진난만한 아들이었다.
다른 집 이야기를 들어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모두 내 몫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늘 그렇듯 아들과 약속을 했다. 키우는 정보를 함께 공부할 것, 사육통 청소를 할 것, 그리고 먹이를 잘 줄것을 확답을 받고 달팽이를 분양받았다. ( 확답과 그 약속은 늘 엄마만 지키는 무용지물이 되지만 다시 한번 믿어주마 )
토종 달팽이들도 많지만 웬만한 어른 주먹보다 커질 것 같은 아프리카 왕달팽이를 키운다니 신중하게 결정을 해야 했다. 외래종이기 때문에 방생을 할 수 없어서 끝까지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몇 달을 카페에서 가입해서 공부를 하고 만만의 준비를 하고 아프리카 달팽이 와와 2마리를 분양받았다.
처음에 금와 한 마리와 흑와 한 마리의 달팽이 집사가 되었다. 아들은 꼬꼬마 집사보조로 아직까지는 잘하고 있다. 분양받은 아이들을 두 달 가까이 키우는 중인데 달팽이를 돌보는 육와는 내게 활력을 주었다. 시간이 지나 이제 사정상 더 이상 키우지 못하게 되신 다른 집사님께 연흑금와와 금와를 입양받았다.
매일 새롭고 신선한 채소를 먹어야 하는 달팽이들에게 줄 먹이거리를 장을 보고 달팽이 먹이용 전용 칼과 도마도 준비했다. 야채를 싫어하는 아들과는 달리 어떤 야채도 먹성 좋게 그리고 덩치에 맞게 먹어대는 팽이들을 바라보며 달멍을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러면서 내게 첫 번째로 든 생각은 집을 짊어지고 다니는 달팽이는 참 무겁고 안쓰럽다고 생각했다. 같은 달팽이가 패각을 짊어지고 가는 모습을 보고 아들은 달팽이처럼 집을 등에 짊어지고 다니다가 어디서든 피곤하거나 위험할 때 숨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렇게 달팽이 패각을 집에 빚대어 이야기 하다가 우리가족이 모두가 느낀 것은 집이라는 쉴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깨달았다.
사진 출처: 꽃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