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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노을 Sep 02. 2023

이혼한 부모 소환법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부부가 이혼을 하면 남이 되지만
자녀가 있다면 다시 만날 일은 꼭 생긴다




몇 번은 더 볼 사이


자녀가 어렸을 때 이혼을 할수록 이혼한 부부는 앞으로 아이를 위해 만날 일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면접 교섭권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어려기에 부모가 함께 참석해야 하는 자리가 많기 때문이다. 면접교섭권, 졸업식 결혼식 등이 있다. 때로는 자녀의 좋지 못한 행실 때문에 부모가 소환되는 경우도 있다. 










1. 부모님 모시고 와


고등학교 시절 나는 학폭을 당한 적이 있다. 상대 아이는 같은 학교 같은 학년 무용부 아이였다. 그 아이는 중학교 때부터 일진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어쩌다 그날 운이 나빴던 건지 난 그 애한테 걸려서 30분 동안 거의 전교생이 모인 여자 화장실에서 맞은 적이 있다. 머리카락도 듬성듬성 다 빠지고 얼굴은 멍 투성이가 되었다. 그때 우리 엄마 아빠는 이혼 전이었기에 그 소식을 듣고 한 걸음에 학교에 찾아왔다. 학교에서는 일이 커지는 것이 싫었는지 그냥 유여무야 사건을 없었던 일로 하고 싶어 했다. 그때 우리 엄마 아빠는 학교에 거세게 항의했다. 동급생이 동급생을 30분 가까이 때리는 것이 말이 되냐고... 그리고 우리 부모님은 상대방의 부모 모두가 사과하지 않으면 합의를 해줄 수 없다고 했다. 고등학생이라 매일 등교를 해야 하는데 그 아이 부모님은 바쁘다는 핑계로 계속 학교에 오는 것을 미뤘다. 알고 보니 가해자 아이의 부모님은 그때 이혼한 상태였다. 엄마는 매일 아이가 사고 친 피해자 부모의 다리 밑에서 용서해 달라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그런데도 그 아이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계속 다른 아이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다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도 우리 부모님도 본인들이 이혼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을 것 같다. 맞고 피해받은 것도 억울한데 그때는 우리 부모님의 거센 항의에도 그 아이 엄마만 눈물로 호소하고 상황이 일단락되었다.







이혼 후 최소한의 예의



미국 유학시절 나는 아파서 혼자 귀국했던 적이 있다. 대학병원에 입원해서 진료를 받고 여러 가지 검진을 해야 했다. 검진 시 꼭 받아야 하는 보호자 동의서라는 것들이 있다. 남편이 외국에 있기에 엄마가 보호자 동의서에 사인을 했다. 점점 입원을 하는 동안 특별한 병명은 나오지 않고 여러 차례 검진을 하며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자 아빠가 나를 보러 왔다. 내 결혼식 때 서로 서먹하고 불편하게 혼주석을 지킨 부모님을 본 것이 마지막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엄마와 아빠가 내 앞에 동시에 있었다. 그래도 이혼 한지 시간이 지나서 그런 것인지 나름 외국생활도 많이 하셔서 깨어 있으셨는지 둘은 인사도 나누고 나름 자연스러웠다. 아니면 아플 딸 앞에서는 의연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 내가 아프니 엄마 아빠가 오는구나...  나중에 부모님이 함께 보고 싶으면 아프면 되겠구나 ' 하는 어린아이 같이 유치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렇든 헤어진 부부도 자녀가 있다면 반드시 다시 만나야 할 때가 온다. 때로는 예견된 장소에서 만나지만 때로는 예상치 못한 일로 만나야 할 때도 있다. 이미 이혼을 했으면 남이다. 


따지고 보면 이미 헤어져 남이 된 부부가 전에 부부로 살았을 때 못마땅한 것을 다시 만나서 돼 얼굴 붉히는 아마추어 같은 행동은 애초에 하지 않아야 한다. 이젠 다 끝난 일 다시 얼굴을 붉힌다고 모든 게 다시 돌아가거나 해결된 것은 없으니까. 단지 자녀에게 성숙하고 끝까지 책임감 있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 주려면 이혼 후에 만나더라도 서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 더 이상 그 자리는 그 들 둘만의 문제로 싸우는 결투의 무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둘의 이야기는 둘이만 있을 때 하는 게 그 들을 보는 자녀나 지인들에 대한 예의이다. 









당신의 진정한 가족을 연결하는 유대감은
피가 아니라 서로의 삶에 대한 존중과 기쁨이다


                                                                       - Richard Bach -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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