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함께 즐기는 온전한 30분
매일 저녁 30분 동안 우린 모두 같은 나이로 돌아간 것 같았다
공동의 취미는 가족을 한 곳에 모이게 한다
자녀와 함께 즐기는 공동 취미에 재미있는 요소를 추가하여 아이가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재미가 있어야 아이와 양육자 모두 취미를 지속적이고 영위할 수 있다. 공동으로 영위할 취미가 정해지면 취미와 관련된 게임을 하거나,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것도 아이가 취미를 더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이다.
우리 아이는 살아있는 생물을 키우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가 제일 키우고 싶어 했던 반려동물은 강아지나 고양이었다. 강아지 털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 아빠, 그리고 천식이 심한 나 때문에 강아지나 고양이는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의 성향상 강아지나 고영이를 키우는 것은 아이에게 난이도가 너무 높다고 판단했다. 아이에게 너무 난도가 높은 취미는 자칫 하면 실패만 맛보고 흥미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난이도가 높은 동물을 키우다 보면 부모가 대신해줘야 할 상황들이 늘어나게 된다. 그러면 아이는 점점 어렵거나 하기 싫은 일들을 같은 취미를 하고 있는 부모에게 미루게 되는 상황도 펼쳐진다. 취미는 대신해 주거나 서로 미루는 것이 아니라 취미를 함께하는 가족 모두가 만족하고 재미있어야 한다.
결국 아이의 취향과 성향과 난이도까지 고려하여 우리 가족이 정한 공동의 취미는 달팽이 키우기로 정해졌다. 반려 동물을 매일 산책시킬 자신이 없는 우리 가족은 산책을 시키지 않는 반려 동물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아빠와 층간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 점도 매력적인 이유였다. 무엇보다 연휴나 여행을 갈 때 제약이 없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그리고 아들은 자신이 직접 먹이를 주고 싶어 하는 욕망이 컸기에 우린 아프리카 왕 달팽이 와와 두 마리를 입양했다. 아프리카 달팽이는 서아프리카에서 서식하는 왕달팽이다. 우리나라 토종 달팽이와는 달리 무려 20센티 가까이 자라는 대형종이다.
그렇게 우리는 금와 한 마리와 흑와 한 마리를 입양하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패각이 노랗고 금색을 닮은 달팽이는 '치즈'라고 이름을 지었고 패각이 까만 와와는 '초코'라고 지었다. 달팽이를 처음 키워보는 우리 가족은 달팽이를 키우는 집사들이 모여 있는 달팽이 카페에 가입을 해서 매일 밤 머리를 맞대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달팽이 카페에는 이미 우리 말고도 달팽이의 매력에 푹 빠져서 키우는 달집사들이 5만 2천 명 넘게 회원으로 있었다. 달팽이를 키우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카페에서 얻는 정보들은 달팽이 초보 집사 가족에게 꼭 필요한 정보들이 넘쳐났다. 각자 자신의 스마트 폰을 보거나 각자 하던 일을 멈추고 매일 저녁 30분 공통된 재미와 호기심으로 공동의 취미를 즐기러 우리 가족은 한 곳에 모이기 시작했다.
이미지 출처 : 꽃노을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된다
캠핑을 가면 저녁에 모닥불에 모여 앉아서 마시멜로우를 구워 먹으며 불멍을 즐기는 것처럼 달팽이를 키우면 달멍을 하는 시간이 있다. 달멍은 불멍이나 물멍을 하듯 달팽이를 보면서 멍을 때리는 것이다. 이것저것 생각이 많은 우리 부부에게도 아들에게도 잠시나마 걱정과 고민을 내려놓고 머리는 비우는 유일한 시간이 되었다. 한 쌍의 큰 눈자루를 레이더 삼아서 달팽이들은 뽈뽈 기어간다. 시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빠른 것도 아닌데 달팽이들은 기가 막히게 먹이를 찾아낸다. 이때 달멍을 하면서 미니 게임을 하는 것도 재미를 배가 시키는 방법이다. 처음엔 아들이 달팽이들이 어디로 기어갈지 예상해 보자고 한 사소한 시도에서 시작한 미니 게임은 달팽이들을 먹이로 유인하여 어떤 달팽이가 결승선에 빨리 도착하는지 하는 게임도 해보게 되었다. 이렇게 예상할 수 없는 달팽이들의 마음을 예상해 보고 달팽이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사이에 우리는 오랜만에 서로가 아이와 같은 나이 때로 돌아가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아이가 놀아달라거나 읽어 달라는 책을 읽어주는 게 전부였던 우리 가족에게 취미공유는 가족 구성원 모두를 힐링된 시간으로 인도했다.
이미지 출처: 꽃노을이미지 출처: unsplash.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