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이 내게 알려준 삶의 지혜 2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전문의에게
정신과를 무당집 가는 것보다 싫어하는 사람들
정신과에 진료를 보류하고 환자들은 때때로 지역에 유명한 무당집을 찾는다. 이것은 내가 추측해서 쓴 이야기가 실제 정신과의사들이 푸념처럼 하는 말이다. 무엇이 정신과 문턱을 넘는 것을 어렵게 하는 것일까? 정신과에 가면 마치 주홍글씨라도 찍히는 것 마냥 꺼려하는 사람이 많다. 정신과에 관련된 부정적인 썰도 많다. 예를 들면 정신과에 가면 정신과 진료 기록이 남아서 입사할 때 불이익이 남는다. 또는 정신과 약은 한번 먹으면 못 끊는다. 마약성분이다. 등등이 있다. 또 사람들은 전신과 의사가 자기 가족을 치료한다면 그런 약들을 처방하겠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마치 정신과 약이 무슨 독극물인 것 마냥 치부해 버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나는 종종 정신과 의사 선생님들도 스트레스 또는 우울증에 우리와 같은 약물을 복용한다. 정신과 의사도 똑같은 사람이고 아프면 정신과 의사들끼리 서로를 진단해 주고 약물을 복용한다.
전문가가 아닌 내가 봐도 우리 주변에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예전보다 사람들의 학력이 높아지고 머리를 주로 쓰며 앉아서 하는 직종이 많아졌다. 예전처럼 농사나 건설 현장등 몸을 쓰며 일하는 직업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도 뚜렷하다. 그래서 그런지 나를 포함한 현대인들은 몸보다 정신을 많이 소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신 건강도 몸이 아픈 것과 마찬가지도 잘 돌봐야 한다. 하지만 남의 시선 때문에 또는 자신의 편견 때문에 정신과를 제 때 가지 못해서 생기는 안타까운 일들을 우리는 흔히 뉴스에서 접할 수 있다. 누굴 위해 살아가는 인생인 걸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다른 사람이 시선 때문에 내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을 살피지 않고 괜찮은 척 참고 견디는 것은 우매하다. 인터넷에서 정신 건강의학과 리뷰는 다른 진료과목 보다 현저히 적은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정신과 진료를 보고 효과가 있음에도 사회적으로 자신을 보는 시선이 두려운 사람들은 리뷰를 남기기를 꺼려한다. 실제로 다른 진료과들은 유명한 병원이든 의사 선생님들의 정보를 얻어서 병원에 예약을 하고 진료를 본다. 하지만 정신과를 다니는 사람은 가족에게도 자신이 정신과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몸이 아플 때와 마찬가지로 정신적으로 힘이 들 때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따듯한 말 한마디 객관적인 조언은 정말 큰 힘이 된다. 나는 내가 쓴 이 글을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을 포함해 공황장애 환자들 가족까지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의지가 약하다. 생각이 부정적이니까 그렇게 되는 거다. 같은 말들은 도움은커녕 환자를 두 번 죽이는 말이다. 그런 낙담 섞인 지적보다 함께 명상하고 운동하라고 말하고 싶다. 공황장애는 특별한 사람이 걸리는 것이 아니다. 불안장애, 우울증, 공황장애, 분노조절 장애 등은 점점 고도화되고 경쟁이 당연시되는 우리 사회에서는 너도 나도 살면서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흔한 질병이다.
네일 아트를 하러 갔을 때 일이 떠오른다. 코로나였기도 했지만 손톱가루가 날리니 네일샵에 있는 손님과 직원들은 마스크를 모두 쓰고 일을 하고 있을 때다. 맞은편 쪽에는 침대가 하나 있고 그곳에 젊은 아가씨 한 명이 속눈썹 시술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직원과 손님의 언쟁이 생기길 시작했다. 직원의 말을 들어보니 손님이 자꾸 일어나려고 하고 움직여서 시술을 정교하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잠시 시술이 멈췄을 때 침대에서 일어난 여자의 얼굴을 보았다. 잔뜩 긴장해 있었고 과호흡을 하고 있었다. 물에 빠진 사람처럼 당황해서 고친 호흡을 내 쉬었을 때 나는 그 여자 곁으로 다가갔다. 혹시 불안장애나 공황장애가 있냐고 물었다. 그 여자는 공황 장애가 있다고 말하면서 숨을 거칠게 쉬었고 나는 얼른 주변에서 봉지를 찾아서 그 여자에게 주었고 같이 심호흡을 해줬다. 10분쯤 남짓 시간이 지나자 여자는 안정이 되었지만 더 이상 시술을 받긴 어려울 것 같다면서 시술받는 것을 중단하고 서둘러 나갔다. 그러자 네일 샵 안에 세명의 직원들은 연예인만 걸리는 거 아니었냐면서 공황장애에 대한 오해나 편견들을 쏟아 내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알게 됐다. 한국에서는 공황장애 환자에 대한 인식은 바닥에 떨어져 있고 그렇다더라 하는 카더라식의 루머만 떠 돌아다닌다는 것을. 미국에서는 임산부가 괜찮다는 대도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 국가에서 케어를 할 수 있도록 동의서를 받아 두는데 말이다. 같은 병명 다른 반응과 인식이 씁쓸했다. 공황 발작을 겪어 보지 않는 사람은 절대 이해할 수 조차 없는 두려움과 숨 막힘과 공황장애 환자들은 매 순간 싸우고 있다. 전문가의 진단을 받고 가족 지인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치유할 수 있는 질환을 꼭꼭 숨기며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 사람을 겉으로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 사람이 살아온 인생 속에는 내가 모르는 어려움과 결핍이 있다. 배려와 공감하는 사회, 정신과 전문의가 더 이상 무당과 비교돼야 하는 사회적 인식을 우리의 의료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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