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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Jul 31. 2024

이마

무지개와 함께

 여름 바다를 배경으로 낭송하기로 정원작가님과 약속한 바가 있어요. 약속을 지키려고 휴가 가기 전 책장을 뒤적이다 허은실 시인의 ‘나는 잠깐 설웁다’를 찾았습니다.      


 허은실 시인은 <이동진의 빨간책방> 덕분에 알게 되었는데요. 방송 시작 때 듣던 허은실 님의 글이 무척 좋았습니다.      


 오프닝 에세이를 모은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은 제가 애정하는 도서 중 하나가 되었지요. 표현이 곱고 선명해서 가슴에 와닿는 글이 많은 책입니다.      


 경험적으로 시인이 쓴 에세이는 모두 훌륭했어요.     


 저는 여행 내내 ‘나는 잠깐 설웁다’를 크로스백에 넣고 녹화하기 좋은 장소를 물색했습니다. 서우봉을 오르다 여기야, 하는 생각이 들어서 시집을 펼쳤지요.     


 감상하실 시는 ‘이마’입니다.                





이마     


                  허은실        

 

타인의 손에 이마를 맡기고 있을 때

나는 조금 선량해지는 것 같아

너의 양쪽 손으로 이어진

이마와 이마의 아득한 뒤편을

나는 눈을 감고 걸어가보았다     


이마의 크기가

손바닥의 크기와 비슷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난한 나의 이마가 부끄러워

뺨 대신 이마를 가리고 웃곤 했는데     


세밑의 흰 밤이었다

어둡게 앓다가 문득 일어나

벙어리처럼 울었다     


내가 오른팔을 이마에 얹고

누워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 자세 때문이었다       





             

 아~~~ 단지 시를 타이핑했을 뿐인데 울컥하네요.    

  

 아주 힘든 시절 저도 이마에 팔을 얹고 잔 적이 많았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습관처럼… 그랬더래요.     


 쨍쨍한 햇살이 오히려 질식할 것같이 조여오던 날들이었지요.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우연히 마주한 무지개가 알려주었습니다. 햇빛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사와 희망을 보았습니다.      


 모든 걸 잊고 하늘을 바라보는 동안 햇살이 다섯 번의 무지개를 그려주더군요.

     

 저는 그저 감탄사만 연발했습니다.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지요. 여러분도 함께 보셨으면 해서 아래에 사진을 공유합니다.     


 무더운 날, 건강 잘 챙기시고 모두 평온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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