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시낭송 공동매거진
실행
신고
라이킷
49
댓글
26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바람
Jul 31. 2024
이마
무지개와 함께
여름 바다를 배경으로 낭송하기로 정원작가님과 약속한 바가 있어요. 약속을 지키려고 휴가 가기 전 책장을 뒤적이다 허은실 시인의 ‘나는 잠깐 설웁다’를 찾았습니다.
허은실 시인은 <이동진의 빨간책방> 덕분에 알게 되었는데요. 방송 시작 때 듣던 허은실 님의 글이 무척 좋았습니다.
오프닝 에세이를 모은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은 제가 애정하는 도서 중 하나가 되었지요. 표현이 곱고 선명해서 가슴에 와닿는 글이 많은 책입니다.
경험적으로 시인이 쓴 에세이는 모두 훌륭했어요.
저는 여행 내내 ‘나는 잠깐 설웁다’를 크로스백에 넣고 녹화하기 좋은 장소를 물색했습니다. 서우봉을 오르다
여기야
, 하는 생각이 들어서 시집을 펼쳤지요.
감상하실 시는 ‘이마’입니다.
이마
허은실
타인의 손에 이마를 맡기고 있을 때
나는 조금 선량해지는 것 같아
너의 양쪽 손으로 이어진
이마와 이마의 아득한 뒤편을
나는 눈을 감고 걸어가보았다
이마의 크기가
손바닥의 크기와 비슷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난한 나의 이마가 부끄러워
뺨 대신 이마를 가리고 웃곤 했는데
세밑의 흰 밤이었다
어둡게 앓다가 문득 일어나
벙어리처럼 울었다
내가 오른팔을 이마에 얹고
누워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 자세 때문이었다
아~~~ 단지 시를 타이핑했을 뿐인데 울컥하네요.
아주 힘든 시절 저도 이마에 팔을 얹고 잔 적이 많았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습관처럼… 그랬더래요.
쨍쨍한 햇살이 오히려 질식할 것같이 조여오던 날들이었지요.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우연히 마주한 무지개가 알려주었습니다. 햇빛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사와 희망을 보았습니다.
모든 걸 잊고 하늘을 바라보는 동안 햇살이 다섯 번의 무지개를 그려주더군요.
저는 그저 감탄사만 연발했습니다.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지요. 여러분도 함께 보셨으면 해서 아래에 사진을 공유합니다.
무더운 날, 건강 잘 챙기시고 모두 평온하시길 바랍니다.
keyword
이마
무지개
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