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을 겪으며 견디던 중 극강의 사건들이 터졌다. 서로를 미워하던 구성원들이 돌아가며 나를 찾아왔다.
상대를 징계에 회부해 달라고 졸라대기 시작했다.
어르고 달래도 소용없었다. 이미 감사실에 문제를 제기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고소 고발에 연루된 직원도 있었다.
거기에 나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직원도 있었으니 그야말로 막장 드라마 수준이었다.
일련의 사건들은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포시랍게 살아왔는지를 돌아보게 했다.
어릴 적 알바부터 시작해 회사에 다닐 때도 학원에서 강사로 일할 때도 이렇게 심각한 분쟁을 본 적이 없었다.
변호사가 되어 로펌에 있을 때도 단독 개업해서 일할 때도 인간관계 때문에 이 정도로 힘들진 않았다. 나의 의뢰인과 관계자들, 심지어 소송의 상대방과도 크게 부딪힌 적이 없었다.
나는 많은 사람의 보호 속에서 참으로 보들보들하게 살아왔던 것이다.
호기롭게 국장이 되어 기관의 발전을 도모하려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나는 날것 그대로의 다툼 속에서 무력해져 갔다.
하루하루가 살얼음 같아 극도로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고 사라졌던 우울씨가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