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에 기관사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름 모를 승객들에게 안부 인사를 전하던 그가 말했다.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고 창밖을 보십시오. 그때 나는 서서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내려놓을 휴대폰은 없었지만 눈을 살짝 돌려 밖을 보았다. 낮게 내려다 보이는 아파트와 상가. 공사 중인 건물과 간판들. 누군가에게 여기는 내게 대자연마을아파트 같은 곳이겠다. 그런 작은 생각.
그런데 그 사이, 그러니까 기관사의 말이 들리던 순간과 눈을 돌리던 순간 사이에, 어떤 상이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창밖을 보기 전 이미 생겨나 있던 창밖의 상. 그건 내가 본 실제 금정역 부근의 창밖과 분명 달랐(을 것이)다. 그래서 창밖을 보는 건 언제나 조금 낯선 일인 걸까. 사람들이 보였다. 기관사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전철 안에서 저마다의 동작과 시간에 열중해 있었을 한 명 한 명의 마음에도, 어떤 각각의 상이 떠올랐을 거라고 생각했다. 살짝 엿보고 싶었다.
창밖을 보십시오. 이런 목소리가 지금 당신에게 들린다면 당신은 무엇을 보게 되나요. 저는 가끔 그 바깥을 더듬더듬 옮겨내려고 해요. 투명한 막이 있어 닿을 수는 없지만. 닿고 싶어 창을 만질 때 생기는 얼룩이나, 창에 비치는 내 모습이 바깥 풍경의 일부가 되는 것 같은 순간, 저는 그 거짓된 풍경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것 같고요. 그런 시를 쓸 때는 충만하고요. 써놓고 나면 공허하고요.
제게 그곳은 자주 마을인 것 같아요. 빛의 마을, 가로등의 마을, 빛과 그림자의 마을, 돌의 마을, 눈의 마을, 구름의 마을, 무말랭이의 마을, 스트로베리의 마을… 마을-하고 말하면, 말-을 길게 늘어뜨려 발음하는 느낌입니다. 제게 시는 때때로, 말의 꼬리를 잠깐이라도 붙잡으려다 생겨나는 마을인 것 같아요. 무언가 말하고 싶지만 어느 것도 명확한 게 없어 입꼬리를 흐리게 되는 안개 같은 것. 내가 지나온 풍경과 마음에 생겨난 풍경이 불화할 때 어떻게든 그 둘을 화해시키려 노력하는, 쩔쩔매는 선생이나 부모의 마음 같은 것. 그러나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그 사이에서 훌쩍 자라난 나무를 보는 심정일 때도 있습니다. 언제 이렇게 길쭉해지고 널쭉해졌지. 나보다 크잖아. 풍성 자라난 나무를 올려다 보면 정말로 뻗어나가는 우주 같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