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찬 Jul 29. 2022

밤식빵

밤식빵을 먹는다. 밤이 알알이 박혀있는 밤식빵. 꼭 밤이 밝고 달이 네모난 하늘을 본뜬 것만 같다. 밤식빵은 밤으로 만들어서가 아니라 밤 조각이 들어가 있어 밤식빵이다. 오늘은 그게 새삼 좋았다. 처음 반죽할 때 밤이 들어가지 않아도 만들어진 반죽에 밤 조각을 넣으면 밤식빵이라고 부를 수 있다니. 밤식빵을 자세히 보면 밤과 식빵은 분리할 수 있게 나뉘어 있다. 하지만 밤식빵이라는 이름처럼 그들은 한 모양으로 모여있기도 하다. 밤 조각들 어디 가지 말라고 빵이 꼭 감싸고 있는 것 같다. 마음이 처음 만들어질 땐 분명 없었을 텐데, 살아가며 내 안에도 어느새 박혀 빠지지 않는 조각들이 생겼다. 밤처럼 내게 찰싹 달라붙어 하나의 이름이 되어버린 사람과 기억. 그들을 생각하면 마냥 포슬포슬하지만은 않은 여러 감정이 섞여 드는데, 밤식빵이라 생각하면 그들이 한 데 모아 다정해진다. 밤하늘이 하나의 덩어리이듯, 밤식빵도 그렇다. 밤식빵을 든든히 먹는 밤은 그래서 통째로 포근해진다. (2022.03)

매거진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