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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인 Sep 27. 2020

본격 캠퍼밴 생활 시작 하루 전.

* Day 3 / 20200926 토요일

#Hi, Nelson People. @Christchurch 


어제 치치에 도착하자마자 우릴 기다리고 있던 남자는 바로바로... Jonathan이었다. 우리의 첫 플랫 주인이며, 같은 교회 성도였던 우리에겐 교회 집사님 같은 분이지만 이 분도 신학을 공부하셨다고 하니 전도사님인가? 아무튼 이 분과 계속 소통하고 있었는데, 마침 우리가 치치에 도착하는 시기에 아내 Meredith의 치료가 있다고 해서 만날 수 있었다. 아내의 항암 치료와 간호로 많이 지쳐 보였던 Jonathan. 한국에 계신 시어머니와 가족들이 생각났다. 지쳐 보이는 그에게 저녁 식사로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을 대접했다. 사실 우리가 먹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국제학생들을 섬기며 타문화에 열려있는 그에게 검은색 면은 신선한 식도락이 될 것 같았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Jonathan은 우리에게 치치 시내의 금요일 밤을 드라이브시켜주었다. 그리고 우리가 머무는 숙소에 도착하는 것까지 직접 확인해야겠다는 말에 마음이 따듯해졌다. 사뭇 낯선 도시에 왔지만 우리가 넬슨에서 처음 만난 특별한 사람을 만나니 금세 편안해졌다.


오늘은 Jonathan이 지난주에 넬슨에서 치치로 이사 온 Diniel&Esther 부부를 만난다고 하여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부랴부랴 움직였다. 만남의 장소는 치치의 두 번째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Hagley Park.(첫 번째는 대성당이 아닐까? 지금은 비록 지진으로 부상을 입은 모습이지만.) 무료 주차할 곳을 찾기 어려운 걸 보니 과연 이 곳이 뉴질랜드의 3번째로 큰 도시라고 할 만하다. 다행히도 오늘 머물 숙소와 공원이 가까워 숙소 주차공간에 차를 두고 공원으로 걸어갔다. Esther의 소개로 치치의 토요 마켓을 구경하려고 했으나, 토요 마켓은 그녀의 예전 기억이었던 걸로... 지금은 일요 마켓이 소규모로 열린다고 한다.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시내 쪽에 있는 건물로 들어가 Jonathan이 추천한 그리스 음식을 모두 하나씩 손에 쥐고 나왔다. Jonathan은 다른 약속이 있어 각자의 점심을 들고 세이 굿바이 인사하며 쿨하게 헤어졌다. ㅋㅋ 나는 아직도 이 쿨함이 어색하다. 날씨가 좋아 시내를 좀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플리플랍(쪼리)을 신고 와서 발이 아픈 오빠를 위해 일단 숙소에 가기로 결정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숙소가 너무 좋아서, 그리고 내일이면 작은 캠퍼밴에서 몸을 꾸기며 생활할 것을 생각하니 왠지 이 곳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누려야 할 것 같아서 필요한 작업들도 하고 TV로 드라마도 보고 무료로 제공하는 와인도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캠퍼밴 생활 하루 전 누리는 호사  


지금 우리가 하루 머무는 숙소는 시내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B&B(Bed&Breakfast) 'Orari'. 예약 사이트에서 보자마자 너무 와 보고 싶었던 이 곳. 나중에 혹시라도 B&B를 운영하게 된다면, 이런 분위기로 꾸미고 싶을 만큼 고풍스러우면서도 따듯한 분위기가 감도는 공간이다. 옛 주택 특유의 고고함을 보존하면서도 필요한 부분은 현대식에 맞춰 변화해나가는 형태를 좋아하는 우리에게 이번 숙소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오빠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사실 스스로 쉼이 필요하다고 계속 생각해 왔다. 공장 생활이 끝나자마자 바로 어학원에 가서 남은 2주 과정을 마치고, 아벨 태즈만(Abel Tasman) 2박 3일 트레킹을 다녀왔다. 그리고 이틀 동안 짐 정리하고, 비행기 티켓 예약 등으로 씨름하다가 3박 4일 히피 트랙(Heaphy Track)을 떠났다. 그리고 이틀 뒤 시작한 여행. 10개월 간 우리의 터였던 넬슨과 천천히 작별도 못하고 뛰쳐나오듯이 떠나왔다. 40일 캠퍼밴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딱 하루 묵고 싶은 숙소에서 편히 쉬는 건 어떤지 오빠에게 제안했을 때 흔쾌히 내가 가장 묵고 싶은 숙소로 예약하라고 한 대현. 나보다 에너지 소진이 더딘 오빠는 이런 경우에 내 속도에 맞춰 함께 쉬어 준다. 고맙다 신랑! :-) 내일부터 오늘의 숙소 같은 호사는 누리지 못하겠지만, 자연 속에서 더 멋진 시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지. 그건 둘째치고 내일 조식이 더 기대되는 건 나만 그런가...?

강력추천하는 크라이스트처치 B&B ’Or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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