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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인 Oct 05. 2020

테카포에서 아침을.

* Day 7 / 20200930 수요일

@Tekapo


다퉜다, 어젯밤. 너무 아름다운 곳에 와서 싸우면 자연에게 미안하다는 걸 느꼈다. 자연에게 미안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그 아름다운 산과 물, 하늘과 공기에게 미안했다. 그래, 맞다. 하나님께 죄송했다. 사실 이렇게 싸울 필요까진 없었는데 서로 가지고 있던 불편한 감정들이 또 섞여 나오고야 말았다. 싸운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적어야지.


아무튼 그렇게 약간의 불편한 마음을 안고 테카포에서의 아침을 맞이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튼을 열고 바라본 테카포 호수는 내 마음빛과 정 반대로 깨끗하고 청아했다. 그 호수 빛을 보며 나도 오늘은 저렇게 예쁜 빛으로 하루를 보내야겠다고 절로 다짐하게 될 만큼.

말 그대로, 테카포에서 아침을!


오늘은 푸카키 호수에서 그 유명한 마운트 쿡 연어를 먹었다. 맛있었다. 그렇지만 그뿐, 푸카키 호수의 빛깔에 비하면 연어 맛은 다 된 산에 숟가락 얻는 정도. 연어가 서운해하려나. 너무나도 아름다운 하늘과 호수 색을 보며 왜 사람들이 북섬보다 남섬을 더 사랑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 곳을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할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다.


@Albert Town Camping Area, Wanaka


와나카에 도착했다. 오늘 우리가 묵는 캠핑장은 알버트 타운 캠핑장이다. 캠핑장 입구에 주차장 정산기처럼 무인정산기가 우릴 맞아주었다. 요금은 한 사람 당 $10. 한화로 7700원 정도다. 남편은 공짜인 줄 알았는데 이미 카드로 계산하고 있는 나를 어리둥절하게 바라본다. 뉴질랜드에서 캠퍼밴을 타고 다니면 숙소비는 아예 0원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모든 것이 다 갖춰진 캠핑카로 다녀도 아무 곳에 주차하고 캠핑하면 안 될뿐더러, 캠핑 장소마다 가지고 있는 시설에 맞게 요금을 내야 한다. 물론 무료 캠핑장도 있지만 대부분이 마을과 떨어진 변두리에 위치해 있고 아주 기본적인 시설(화장실, 야외 테이블, 수도꼭지, 쓰레기통 정도)만 갖추어져 있다.


그런데 여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너무 좋은데? 와나카에 오자마자 제일 저렴한 무인 주유소를 찾아 기름을 채운 것도, 넬슨과 비슷한 날씨인 것도, 심지어 캠핑장 분위기도 화목하고 따듯했다. 고심 끝에 호수 바로 옆에 차를 세우고 재빨리 저녁 먹을 준비를 했다. 어제 남은 짜장밥과 김치를 모두 해치우고 잠 잘 채비까지 마친 우리. 점점 속도가 빨라지는 게 캠퍼밴 생활에 적응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캠퍼밴이랑 친해지고 있어서 기쁘다. 앞으로 30일 정도 더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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