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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인 May 01. 2020

뉴질랜드에서 9명의 사람들과 같이 살게 되었다.

우리 둘 만의 공간은 한국에서처럼 방 한 칸.

드디어 일시적인 공간이 아닌 공부하는 기간 동안 편하게 지낼 수 있는 플랫으로 이사를 왔다. 이 집은 2층의 큰 주택으로 뒤쪽으로는 정원이 있다. 정원에 큰 야자수 나무가 두 그루 있어서인지 이름이 'Palm Haven'(야자나무 안식처)이다.  


우리와 당분간 함께 살게 된 플랫 메이트들은 우리 빼고 9명. 우리까지 11명이 함께 한 집에 사는 것이다.  각자 방은 따로 있지만, 주방 1개, 화장실 3개, 샤워실 4개, 세탁기 1개를 공유한다.


우리 둘만의 공간은 한국에서처럼 방 한 칸, 그뿐이다. 하지만 타국 땅에서 우리의 방 한 칸은 의미가 다르다. 1달 동안 집을 구하며 마음이 많이 낮아진 탓일까, 그저 감사하기만 하다.

  

아 맞다, 이 집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집주인이 없다는 점. 집주인은 다른 동네에 산다. 에어비앤비에서 지내며 둘 다 집주인을 향한 있는 눈치, 없는 눈치 다 보느라 티격태격 종종 다투기도 했는데 다행이다. 다 같은 세입자 입장에서 이제 더 이상 눈치 볼 일은 없지 않을까?


이사 온 다음 날 월요일, 포트락(Potluck)이 있었다. 포트락은 뉴질랜드 식사 교제 문화 중 하나인데, 각자 음식을 조금씩 준비해서 한 상에 차려 나눠 먹는 것이다. 다른 곳으로 이사 가는 플랫 메이트를 위한 포트락인 것 같았다. 수업 시간에 포트락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 이사하자마자 그 문화를 경험해보다니. 기대가 되어 수업에 집중이 잘 안 되었다.  


학원 마치고 남편과 슈퍼마켓에 갔다. 포트락 음식으로 우리가 참 좋아라 하는 월남쌈을 준비해보기로 했다. 월남쌈은 한국에서도 많이 먹었던 우리의 최애 음식! 오클랜드 형님 부모님 댁에서도 같이 해 먹었는데 너무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남아 있다. 먹는 방법도 재밌어서 외국인들에게 신선한 음식으로 기억될 것 같았다.


처음 경험하는 포트락이기에, 누가 무엇을 준비하는지보다는 우리가 준비하는 음식에 집중했다. 좋은 재료를 사서 남편과 열심히 손질을 했다. 서툴지만 열심히 만들어 먹는 외국인 플랫 메이트들을 보며 실컷 웃기도 하고 내심 뿌듯하기도 했다.


떠나는 플랫 메이트는 스리랑카 사람이었는데, 모국에서 남편과 딸이 와서 바로 맞은편에 있는 집을 렌트해서 이사 간다고 했다. 잘 된 일이다. 우리도 이 곳을 떠나게 될 때 즈음엔, 이 곳에서의 좋은 추억을 가지고 웃으며 farewell(작별) 파티를 하겠지? 그때까지 이 곳에서 또 열심히 사랑하며 살아야지.


뉴질랜드의 포트락 문화를 처음 경험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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