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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인 May 01. 2020

뉴질랜드에 와서 아시아 친구들과 친해질 줄이야.

일본 친구들과 베프가 될 줄은 몰랐다.

어학원에 차츰 적응해 가고 있다. 나에게 영어 공부는 지금 최고로 재미있는 놀이다. 정말 재밌다. 중고등학생 때 이렇게 영어가 재밌었다면 어땠을까?  


어학원에서는 영어 공부만 하는 게 아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 친구로 관계를 맺어 가고 있다. 우리 학원에는 한국, 일본, 대만, 콜롬비아, 칠레, 스위스, 독일 사람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요즘 우리 부부가 친해진 친구들은 일본인과 대만인. 생김새가 비슷하고 역사, 문화 등 접점이 많아서일까. 굳이 대륙을 가르고 싶지 않지만 아시아인들에게 유독 호감을 느끼고 쉽게 친해지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스위스와 독일 사람들도 서로 유별히 친하게 지낸다.


아시아인들 중에서도 대만에서 온 준과 일본인 아이코 카네코, 아이코 미츠오카와는 좀 더 각별해지고 있다. 우리는 마치 중학생 때로 돌아간 것처럼 쉬는 시간에 서로 모여 어제 뭐 했는지, 공부는 잘 되어가는지 궁금해하며 친밀함을 더해가고 있다.


정말 신기한 건 우리 부부는 일본을 그다지 안 좋아한다는 거. '일본'보다는 일본 정부를 싫어한다고 표현해야겠지만 분리를 잘 못하고 감정이 앞서는 나는 일본 자체를 싫어했다. 우리가 뉴질랜드에 올 때 즈음, 한창 한국에서 일본산 불매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성경 필사를 하시며 일본산 펜이 잘 써진다는 시어머니께 한국산 펜을 미리 왕창 구입해 사 드리고 올 만큼 불매 운동에 열심이었다.


그런 내가 일본인 친구와 깊은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니. 정말 사람 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 사람 마음 또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덕분에 나는 일본에 대한 미움의 근원 중에서 일본 정부 및 우익, 그리고 일본 사람과 좋은 문화 간 분리를 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내가 만난 이 일본인 친구들은 일단 정말 착하다! 착하다는 의미가 너무 추상적일까. 그런데 정말 착하다. 잔잔하게 흐르는 계곡물 같은 안정 정서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가끔 골 때리는 얘기를 하며 즐거워하기도 하고, 은근 도전적이다. 아무튼 이 친구들 매력 있다. 하지만 정말 마음을 열 때까지 먼저 다가오진 않았다. 한 달여간 우리가 먼저 계속 다가가며 마음을 들였다. 그 친구들이 우리 관계 속에서 안정감을 얻길 바랐고, 우리는 그 친구들의 마음을 얻고 싶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비록 한국은 여전히 불매 운동으로 뜨겁지만, 이 곳에서 우리의 우정은 마치 한일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듯이 점점 무르익고 있다.


가장 우리다운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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