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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인 Dec 11. 2020

애증의(?) 일본 친구 방문

* Day 34-35 / 20201027-1028

@Taupo, Napier, Hastings


일본인 친구 아이코를 다시 만났다. 헤이스팅스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를 만나러 네이피어로 출동했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 기대가 되면서도, 전에 가지고 있던 (남편과 나 둘만의) 불편한 감정이 오랜만의 만남을 방해하지 않기를 바라며 만나기 며칠 전부터 기도로 준비했다. 그 덕분인가, 너무나도 반가웠던 4개월 만의 상봉이다. 넬슨에서 함께하는 동안 우리가 깊은 우정을 나눴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닭볶음탕으로 저녁을 먹으려고 장을 보고 아이코가 살고 있는 플랫에서 캠퍼밴을 주차하고 하루 머물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플랫에 고양이 두 마리가 살고 있었던 것이다. 고양이 무섬증이 심한 나는 도착해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게다가 한 마리는 사람을 좋아해서 계속 우리 곁에 오고 싶어 했다.  


저녁도 해 먹고 느긋하게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도 나눠야 하는데 도착하자마자 긴장 상태 모드로 돌입한 나는 한 시간 동안 차에서 기도만 했다. '제발 저에게 이 두려움을 이길 힘을 주세요...' 고양이에 대한 나의 공포심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아주 어렸을 때 엄마가 나에게 두려움을 주기 위한 방편으로 애꿎은 개와 고양이를 많이 사용하셨다고 한다. 아주 오래된 나의 트라우마가 뉴질랜드까지 따라올 줄이야. ㅠㅠ    


오빠랑 아이코는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데 나는 차 안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고양이들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나는 나 자신이 너무 바보 같고 한심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한걸음을 내딛는 게 나에게는 여전히 큰 산이다. 후... 친구에게는 민폐처럼 느껴지고 남편에게는 눈치가 보이던 밤, 두려움을 좀 더 따뜻하게 받아주길 원하는 나의 이기심과 날카로워진 가시가 옆에 있는 남편을 향했다. 남편과 나 둘 다 잠 못 이룬 밤. 미안해 남편아...



계속 날씨가 좋지 않다. 이번 주는 내내 비가 온다고 한다. 날씨의 허락을 못 받아 아이코가 계획했던 곳들도 못 가고, 친구가 일하는 생활용품샵에서 기념품을 사고 근처 뉴질랜드에서 유명한 ARATAKI HONEY(아라타키 꿀 회사)에서 구경을 하다가 헤어졌다. 마지막에 친구와 우리의 우정을 위해 같이 기도 했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우리 부부지만, 이 친구와의 우정은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

이런 코드가 맞는단 말이지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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