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인 Aug 06. 2020

가끔은 의식의 흐름으로라도 무언가를 적는 게 필요하다

주제는 없어요. 

무슨 글을 써야 할까. 너무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 무엇을 주제로 글을 적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무언가는 적어야 할 것 같다. 머릿속에 많은 것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엉켜있는 기분이다. 원래 정리하고 정돈하지 않은 채 며칠을 보내는 게 어려운 사람이다. 머릿속도 마음속도 그렇다. 의식의 흐름이라도 적어 나가 보면 정리가 되겠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이 쉬는 날이다. 아, 일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고 가야겠다. 우리 부부는 5월 중순에 이 곳 넬슨(Nelson)에 있는 생선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생선이 본격적으로 잡히는 6월부터 제대로 일을 시작해서 두 달 동안 토요일도 반납하고 열심히 돈을 벌었다. 우리나라는 '세'의 주기가 '월'(Month)이라면 뉴질랜드는 '주'(Week)다. 급여도 주마다 들어온다. 주급이 매주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며 우리는 워홀러로서 처음으로 돈의 맛(노동의 즐거움이라고 하자)을 느꼈다. 노동자들의 피로가 쌓여 서로 예민해질 이 즈음에 정부에서 셧다운 시동을 걸어온 것 같다. 그 덕에 이번 주에 쉬는 날이 띄엄띄엄 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잠깐 쉬어 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셧다운을 걸어 준 뉴질랜드 정부에게 감사를. (셧다운은 상사에게 잠깐 들은 단어라서 확실하진 않다.) 



이제 넬슨은 그냥 우리 동네


벌써 뉴질랜드에서 10개월 차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넬슨(Nelson)이다. 사실 우리는 한 곳에서 이렇게 오래 머무를 계획이 아니었다. 문득 한국에 있을 때 다른 워홀러들과는 달리 우리는 '뉴질랜드에서 살아보는 것'을 경험하고 싶다고 줄곧 이야기했던 것이 생각난다. 신랑의 마음에는 계속 '이민'이라는 단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1년을 뉴질랜드에서 살아보자, 여보. 그렇게 해서 온 뉴질랜드 었다. 그러면 우리는 이 시간을 아주 잘 보내고 있는 셈이다. 단기간에 여러 지역을 떠 도는 '여행자'가 아니라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그야말로 '살고' 있으니깐. 10개월을 보내며 뉴질랜드에 이민 오고 싶은 마음이 드냐,라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우리 부부 둘 다 '1년의 시간으로는 부족하다'라고 말할 것이다. 응? ^_^



이민에 대한 우리의 생각


이 곳에 실제로 정착하려고 노력하는, 또 이미 정착한 한국인들도 여럿 만났다. 한국에서도 먹고살기 힘들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이 곳에서도 먹고살기는 힘들다. 오히려 이방인으로서 비주류로서 한국보다 더 힘들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국민들에게 선진복지제도의 혜택을 과감하게 쥐어주는 나라, 인간에게 쉼을 주는 자연이 아직까지 살아 있는 청정국가다. 아무래도 이 두 가지가 타국에서 거류민으로 지내는 어려움을 감수하면서까지 큰 결정을 하게 하는 중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우린 아직 이 '큰 결정'을 할 수 있는 확신의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과거와는 달리 이민을 오기에 제도의 장벽이 더 높게 세워진 탓도 있다. 이민을 오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세 달 뒤면 한국


가끔씩 한국 생각이 난다. 우리나라 생각을 하면 좋을 때도, 가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좋아도 싫어도 우리나라,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나의 부모와 나의 뿌리가 있는 나라다. 그래, 일단은 한국으로 가자. 우리의 비자 만료일은 11월 8일이다. 세 달 뒤면 우리는 한국에 있을 것이다. 그 사이에 그 간 있었던 우리의 이야기들을 되도록 주기적으로 기록해두기로 다짐해본다. 그리고 남은 세 달을 더욱 충만하게 보고, 느끼고, 사유하자. (알았지, 여보???)   


작가의 이전글 뉴질랜드 워홀러 부부가 현대차와 기아차 홍보부서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