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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인 Dec 27. 2020

우울한 취준기

글을 쓰면서 더 우울한 건 왜 때문일까?

직장을 구하는 과정은 나의 잘 쌓아놓은 자존감을 테스트하는 시기다. 

자존감 높은 아내가 주눅 들은 것 마냥 자신감 없어 보이는 게 속상한 남편은 

오늘도 부지런히 아내를 세워준다.


뉴질랜드에서 보았던 직업은 자기표현의 수단이라기보다, 

생계의 수단으로써의 의미가 더 강해 보였다.

사람들이 교육 수준과 상관없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했고, 

직종을 넘나들며 일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은 적어도 내가 보기에

일을 통한 자아실현에 의미 부여가 심한 것 같다. 



대학 생활은 즐거웠다. 

3학년 끝무렵, 마냥 즐거운 게 불안해서 잠깐 브레이크를 밟고 싶었다.

휴학에 대한 최종 결정의 문턱에서 부모님은 단호했다. 

휴학은 물 건너가고 곧장 4학년이 시작되었다. 

어떻게 하지? 고민만 하다가 졸업을 앞두고 사회복지사 1급 시험에 합격했다. 

꽤 열심히 공부하고 얻은 자격증인데, 그 자격증이 필요 없는 기관에 첫 입사를 했다.  

ㅅㅇㅅ청소년문화교류ㅅㅌ... 거기서 하는 사업이 너무 재밌어 보였다.

그런데 내 직무는 무엇이었을까? '사. 업. 보. 조' 그렇다. 

계약직으로 아르바이트처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냐고 물어보면, 글쎄.. 나도 그때의 나에게 돌아가 묻고 싶다. 


고민을 얕게 하면 수두룩하게 해도 말짱 도루묵인 것이다. 

'빨리 취업해라.' 부모님의 직접적인 압박, 그리고 내가 나에게 주는 압박도 있었겠지. 

그때의 나는 세상 물정 모르고, 적당히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쉬운 선택의 맛'을 알아버린 게 아닐까. 


그런 쉬운 선택이 오랜 근무로 이어지진 않을 터, 

그 이후로도 여러 번의 반복된 결정으로 인해 지금 내 이력서는 9개월, 1년 1개월 짤막짤막한 경력들이 나를 이렇게 드러내 주고 있다. 

'네, 저는 사회복지 현장에서 아직도 방황하며 길을 찾고 있는 서른 살 (철없는) 여자 사람입니다' 


남편은 말한다. 

나는 네가 정말 괜찮은 조직에서 사회복지를 제대로 해 보았으면 좋겠어. 

나도 그러고 싶지.라고 답하며, 

그런 조직이 나를 원해야 가는 거지.라는 진짜 속내는 주머니 속에 꾸겨 넣는다. 


이제라도 괜찮은 조직에서 제대로 일하고 싶은 나는, 

나의 경력을 너머 '나'라는 사람과 능력을 어떻게 어필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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