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박중독자입니다"— 회복의 시작

그 청년이 다시 돌아온 이유

by 플로쌤

오늘 단도박 모임에서 만난 30대 청년을 보자마자,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 또 그랬구나. 그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작년에 여기 와서 그토록 진지하게 듣더니, 결국 또 도박을 했구나.

사람이 참 이상한 동물이다. 알면서도 안 하고, 해야 할걸 알면서도 미루고, 하지 말아야 할걸 알면서도 하고.

"나는 도박중독자다."

이 말 한마디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사실 별것도 아닌 말 아닌가. 그런데 사람들은 이 말을 하기 위해 몇 년을 헤맨다. 나도 그랬다.

도박중독자라는 걸 인정하면, 그다음이 따라온다. 내가 더 이상 나를 조절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그 누군가는 가족이고, 우리 같은 모임이다. 그리고 도움을 청할 때는 자신의 빚을 모조리 털어놓아야 한다는 것.

이런 걸 다 알고 있으면서도 왜 못 할까?

그 청년에게 말했다. "선생님이 부모님께 도박 이야기를 못한 건 아마 마음 한구석에 '나는 아직 도박을 조절할 수 있어, 도박으로 진 빚을 도박으로 갚을 수 있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

그 말을 듣자마자 청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아, 맞았구나.

나도 그랬으니까 안다. 중독이라는 게 얼마나 교활한지. 이미 내가 통제권을 잃었으면서도 '아직 괜찮아, 조금 더 해봐, 이번엔 다를 거야'라고 속삭인다. 그래서 완전히 항복하는 대신 어정쩡한 타협을 하게 만든다.

가족에게 빚을 다 말하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 털어놓으면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어진다. 도박으로 빚을 갚겠다는 마지막 희망도 버려야 한다. 그게 무서운 거다.

하지만 바로 그 무서움이 중독이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다. 진짜 회복은 그 무서움을 이겨낸 후에 시작된다. 모든 걸 내려놓고, 완전히 무력하다는 걸 인정하고, 도움을 청하는 용기를 낼 때 시작된다.

그 청년이 다시 여기 온 건 나쁘지 않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이번엔 정말로 마음 깊은 곳에서 인정해야 한다. 반쪽짜리 인정 말고, 완전한 인정 말이다.

"나는 도박중독자다. 나는 나를 조절할 수 없다. 나에게는 도움이 필요하다."

이 세 문장을 진심으로 말할 수 있을 때, 그때야 비로소 진짜 회복이 시작된다. 쉽지 않을 거다. 하지만 최소한 올바른 길이다. 그리고 그 길에서 그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다.

우리가 다 그랬다. 완전히 바닥까지 떨어진 후에야 일어설 수 있었다. 그게 우리가 걸어온 길이고, 그게 우리가 그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길이다.

인생이 참 묘하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법을 배우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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