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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Sep 23. 2021

삶의 노래를 부르자, 조경주 작가

가치있는 삶


우리는 크고 작은 일들에 반응하며 항상 자신의 가치를 일깨우려 애쓴다. 그것이 자신을 지키고 가치를 높인다고 생각한다. 삶의 노예다. 누군가의 칭찬 한마디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누군가의 비판에 분노를 표출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드러내려 한다.


삶이란 살아갈수록 더 깊어지는 웅덩이와 같다. 끝이 없을 것 같은 무저갱의 어둠을 보는 듯 깊이를 잴 수 없다. 살아가면서 더 깊은 상대의 사슬에 얽혀버린다. 족쇄 채워지지 않은 삶의 노예가 되었다. 누군가를 의식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기에 나 자신은 한없이 커지다가도 한없이 줄어드는 현상을 반복한다.


삶이란 롤러코스터와 같다고도 했지만, 자신의 마음을 얽어맨 동아줄이다. 노예의 사슬에 벗어나는 것은 길든 코끼리의 사슬과도 다르지 않으니 어떻게 그 사슬을 끊고 자신의 모습을 찾을까. 끝없는 자기성찰과 마음의 휴식을 통해서 가능할 것인가. 세상은 상대방과 얽혀있고 우리는 그 틀에서 살아간다. 그 틀 속에서도 스스로 족쇄를 채우고 벗고 하기에 나만의 활로를 찾지 않으면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족쇄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참된 자아란 무엇인가. 자신의 가치를 되돌아보는 순간 등줄기를 흩어내는 날카로운 비수처럼 아픔과 시원함을 함께 주는 그것이 필요하다. 오늘도 누군가의 한마디에 희비가 교차하는 내 모습은 자신 없는 노예의 얼굴일 뿐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할 때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이 필요할 때
내 삶의 희망을 노래하고 싶을 때 이 그림을 본다


삶의노래, 조경주





조경주 작가의 ‘삶의 노래


밝은 기운과 편안한 모습으로 가득하다. 연륜이 더하고 작가의 작품 활동이 깊어가면서 우러나는 듬직한 사랑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예전의 작품은 조금은 외롭고 깊은 고뇌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었다. 제목의 부제(副題)가 부부, 이별, 그(녀)대, 염원, 길, 환생, 포옹, 키스에서 말과 숲 또는 자화상을 통해 치기 어린 소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자기 내면의 깊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묵직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을 드러내 놓은 자신만만한 삶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쩌면 작가의 의도된 작품 방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재료에서는 주로 분채와 석채를 사용하는 전통적이고도 현대적 감각의 채색화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면서 부드럽고 유화 같은 화사함과 신비로운 색채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예전의 작품에서는 그 색감이 짙고 강하게 사용되어 음양의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나게 표현한 듯했다면, 근래의 작품에서는 밝고 맑은 색이 드러나게 선을 간결하고 부드럽게 처리하고 있다. 작품의 변화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근래의 부제(副題)인 향(香)은 맛과 소리, 빛까지도 아름답게 드러내는 표현이다. 마을의 집을 감싸고 있는 커다란 꽃나무와 여유로운 풍경, 집안의 부부, 나무 위의 집과 사람, 동물의 풍경은 그리움 같은 평안한 공간을 의미한다. 삶의 휴식처, 현재의 고달픈 삶이 있다면 기다려지는 공간이 되고 지난 시간의 추억이 남아있는 고향과 가족의 그리움이 묻어있다.


예전의 작품들이 그리움과 사랑, 그리고 애욕의 고통을 갈무리하면서 꿈을 드러내 보였다면, 이제는 성숙한 내면의 그림자들을 장막처럼 걷어낸 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자신감 가득한 힘찬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에 힘이 넘친다. 이미 내면적 고통은 사그라들고 애욕(愛慾) 또한 삶의 한 부분으로 성숙하게 자리 잡았으리라.

작가 노트에서 말했듯이 “어떨 때는 일기처럼 적극적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편지처럼 수줍게 감추어 표현되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그림이기보다는 내 어린 시절의 고향 집 같은 애틋하고 포근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라는 작가의 작품은 그녀의 이야기이면서 우리들의 이야기다. 현대인들의 삶의 노래 -향(香)이다.


그림을 통해 행복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 작가의 희망이라면 이루어졌다. 삶의 이야기가 있는 그림은 사랑과 희망을 나타낸다.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이웃의 삶이 함께 담겨있다.


20180810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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