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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분산 보관 정책으로 자료를 보존했다.

화재한번으로 국가시템이 마비

by 흐르는물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은 조선 태조(太祖)에서부터 조선 철종(哲宗) 때까지 25대 472년간(1392~1863)의 역사를 연대순으로 정리한 책이다. 완성된 실록은 재난에 대비하고자 춘추관사고(春秋館史庫; 서울), 정족산사고(鼎足山史庫; 강화), 태백산사고(太白山史庫; 봉화), 오대산사고(五臺山史庫, 평창), 적상산사고(赤裳山史庫, 무주)의 전국 5대 사고(史庫)에 보관하였다.(국가유산포털 자료)


귀중한 자료의 유실을 방지하고 보관하기 위한 분산 정책을 조선시대에도 시행했다. 그 결과 오늘날에도 당시의 유산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그 가치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선조들의 지혜는 임진왜란 피해의 경험에 의해 더 보완되어 만들어졌다. 시대가 변하고 자료관리 방법이 바뀌었지만 재난에 대비하는 준비에 있어서는 지금도 본받아야 할 지혜다.


지난 9월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 화재로 647개 행정시스템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 24를 비롯한 행정기관 내부 시스템까지 전산망 전체가 마비되었다. 그 결과는 행정 내부뿐 아니라 민간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주민들의 불편도 가중되었다. 현재 우리 기술의 발전속도라면 이런 피해는 곧바로 정비되어 정상화되는 것이 당연하게 보인다. 그렇지만 시스템 복구는 늦어지고 서비스는 정상화되지 못한 것이 일주일이 넘었다. 정상화까지는 2주 이상 더 걸린다는 이야기도 있다.


불의의 사고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사고 후 대응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국가의 모습은 달라진다. 모든 것이 전산으로 연결된 시대에서 그 시스템이 멈추어 서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은 무서운 이야기다. 그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과 시스템 정상화를 위해 대안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이번 사태를 보면 전혀 준비되지 않은 구조적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수백 년 전에도 재난 상황을 대비해 외사고 外史庫를 만들었던 선조들의 지혜를 살펴보자. 화재 한 번으로 국가 시스템이 멈추어 선다면 국민은 어찌 국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사후약방문이지만 철저히 보완하여 미래에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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