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안에 있는수탉은 다른 수탉들과 싸워 그 위를 쟁취하고 무리를 이끌며 왕 노릇을 한다. 그리고 무리를 해하려 하는 것에는 가차 없는 응징을 내린다. 그것이 장닭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장닭은 가장 화려한 벼슬과 빛을 지니고 있다. 어느 무리 보다도 더 큰 몸과 부리, 발톱을 지녔다. 무리의 대장임을 위풍당당하게 드러낸다. 아침이 밝아올 때쯤세상을 향해 밝은 기운이 일어남을 알린다. 장닭만이 가진 고유의 권한이다. 그 기상이 빛날 때 무리에게 인정을 받는다.
이승철 작가는 그런 장닭을 그렸다
닭을 그리는 작가. 닭을 그렸지만, 겉모습이 아닌 그 이면을 그리려 노력하는 작가다. 어떤 연유에서 닭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업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17년이 정유년(丁酉年)이라는 점에서 매우 적절하다.
또한, 혼돈의 시기인 정국 상황을 닭의 기운으로 덮는다는 의미도 더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보는 이들이 시끄럽고 지저분한 정치 상황을 정유년에는 닭이 지닌 벽사의 힘으로 몰아냈으면 하는 바람인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닭을 사실적인 표현이 아닌 캐릭터화 하여 나타냈다. 꼬마 악동 같기도 하고 세상을 호령하는 군왕의 모습 같기도 하다. 힘과 패기 그리고 당당함을 나타냈다.
나약하고 힘없어 보이는 젊은이들을 채찍질하듯이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웅지의 빛을 나타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네가 지닌 당당함을 드러내 보이라는 듯 강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그렇지만 거부감보다는 명쾌하고 재미있다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그동안 많은 동물 그림이 사실적 묘사에서 그쳤다면, 캐릭터 화하여 친근하고 더 정겹다는 것이다.
선명한 선을 통해 드러난 강한 수탉의 이미지는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을 것 같고 날카로운 눈빛은 숨겨진 내면의 비밀조차 읽을듯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닭이라는 이미지를 지녔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닭이 아니다. 붉은 닭의 볏은 왕관을 닮았고 눈은 범의 눈빛과 같이 빛나며 부리와 날개는 독수리처럼 강하고 발은 용의 발톱과 같이 날카롭다.
용맹과 강인함을 통해 벽사의 기운을 보여준다. 옳고 그름을 가리는 판관과 같고 전장의 용맹한 장군과 같다. 그리고 그 속에 가장(家長)의 깊은 정을 담았다.
수탉은 자신의 우리를 넘보는 적을 향해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세우고 무리를 지켜내기 위해 온몸을 던진다. 설사 죽음에 이를지언정 지키고자 하는 의지와 용맹함은 따를 것이 없다.
그런 기운, 연약하고 힘없어 보이는 닭이 아니라 무리를 지키는 수탉의 기운을 나타냈다. 밝고 강한 색을 통해 드러낸 닭의 이미지를 통해 그림이 전하는 새해의 기운을 느껴본다.
* 3.11~23, 아트버스 카프, 3인의 전시가 있음
- 서초구 서초중앙로 36, 화선빌딩 2층
* 20161228 네이버 블로그 글 수정 옮김, 지금의 작가 작업 스타일은 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