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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Mar 25. 2022

서울의 달 세월 속으로, 김정호 작가

보면서도 보지 않는 듯 살아간다.


우리는 가끔 세상을 살아가면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경향이 있다.


대도시 휘황 찬란한 불빛 아래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체한다.


거대하높이 솟은 건물에 가리어진 작은 건물들, 큰 도로를 벗어난 골목길, 언덕 위 좁은 길 끝에 있는 집들을 고개만 돌리면 쉽게 보지만 그것을 볼 때는 눈동자를 흐리게 하여 스스로 보려고 하지 않는다.


눈은 건물을 보지만 초점은 자신의 눈을 보며 커튼을 친다.


옛것이 아름답다는 말로 지난 시간의 많은 것을 보존하고 귀하게 생각하면서 우리 삶이 어느 곳에서 쓰러지고 낡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다. 관심이란 의지다. 내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새로운 것보다 지난 흔적이 남아있는 오래된 것이 더 많은 세상에서 우리는 새로운 것만 찾아 떠나기에 낡고 나이 든 것에 대해서는 보지 않고 잊은 듯이 살아가려 한다.  그러면서도 누군가 불현듯 그 대상을 끄집어 내주면 반응을 보이는 스스로 한 꺼풀 눈을 가리고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 현실 속에는 어떤 일들이 같이 하고 있는지,
현실 속 추억을 보여주는 작품,
서울이라는 정감 가는 풍경이 보고 싶다면 이런 작품을 보아도 좋다.







서울의 달 세월 속으로, 10F,  김정호, 개인 소장



작품은

현실 속 한 공간이지만

이미 사람들 뇌리에서는 지워져 가는

과거 한 장면이라고 인식되는 달동네를 찾았다.


산이 있던 자리에 사람이 오르면서 집이 생겨나고

그 집들이 다시 산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집들 지붕 위로

해가 뜨고 달이 떴다 넘어갈 때쯤이면

동네는 한바탕 전쟁을 치루 듯 사람들 발길로 분주해진다.


공간을 메우는 왁자지껄한 소리가 도시를 채우는 멋이라는 듯이

현실이지만 느끼지 못하는 공간을

작가는 세월이 다 지난 듯한 모습으로 다시 보여주고 있다.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우리들 삶의 한 부분이었던 모습을

새삼스럽게 꺼내어 보여주는 낡은 사진 한 장처럼 말이다.


아마도 작가는 이 모습을 통해

인간의 정과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했는지도 모르겠다.


달동네가 지난 세월의 흐름 속에

우리 삶에 한 축소판이었음을 알려주려는 듯이 말이다.


삶은 누구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 모습이다. 흔적도 삶의 한 부분인 것처럼 오늘 우리는 그 추억과 현실을 같이 즐긴다.



*20181101 네이버 블러그 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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