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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Feb 18. 2022

이정인 작가의 물고기가 있는 그림

생명

        

 처음,  화천(華川)이 좋아 화천에 둥지를 틀고 물고기 작업을 하였다. 북한강 줄기 올라가는 마지막 고을인 화천은 강줄기가 아름답지만 진작 아름다운 강에 대한 표현은 거의 없다. 그런 아름다움을 물고기를 통해 강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는가 보다.


  물에 쓸려온 나무와 낡은 나무가 물고기가 되어 생명력을 얻었다. 그런 작업은 평면으로 이어져 하나의 물고기가 아닌 무리를 이룬 물고기 때를 형상화하여 보여준다. 물고기는 무리를 이루고 살아간다. 한 무리가 어울려 있는 공간은 아름답다.


  햇살에 반짝이는 비늘처럼 그 작은 생명체의 움직임엔 물속의 삶을 한눈에 알게 한다. 그 물고기의 유영을 작가는 화폭을 통해 보여준다. 무리 진 고기 때의 유영은 뭉쳤다 헤쳤다를 반복하는 생명 에너지의 모습을 닮았다.


  밖으로 퍼지기도 하고 다시 안으로 몰려들기도 하는 그러나 그 속에는 질서가 있다. 그 넓은 강에 하나의 무리를 이루어 공간을 지배하는 힘의 모습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외부의 위협에 저항하는 모습도 있다.


  작가는 북한강의 다양한 고기를 작은 피라미 보듯 아주 세심하게 묘사하고 있다. 물고기는 강의 주체이나 그곳을 지배하지는 않는다. 존재 자체만으로 강이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작가는 목공을 통해 나오는 작은 나무의 파편을 통해 물고기의 존재를 나타낸다. 그 몸짓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물고기라는 존재조차 알아채지 못하게 한다. 거대한 입체이자 추상적 존재를 나타내는 것 같다. 그러나 세밀히 들려다 보면 그 속에는 수많은 물고기 때가 저마다의 모습으로 유영하고 있다. 캔퍼스는 강이다.


  작가의 작품은 부조인 듯 평면회화이다. 합판에 한지를 입히고 그 위에 물감으로 배경을 만든 다음 작은 물고기 하나하나를 그 면 위에 올린다. 면은 곧 점이 되고 선이 되어 물고기를 만들고 무리를 만든다. 그 거대한 무리는 한 공간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것이다.


  화천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처럼 맑은 물속의 빙어 때 같은 작가의 작품은 아름답다. 물고기라는 구체적인 사물의 구상이면서 추상적인 작가의 작품 속에는 강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이 있다. 그 그리움이 물고기를 통해 세상으로 보인다. 그 물고기는 생명인 것이다.


  강을 지키는 생명, 사람들이 살아있음을 알리는 생명, 물이라는 존재의 가치는 그냥 놔두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공존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있을 때 세상과 함께 한다는 것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 작가는 현재 화천을 떠나 작업하고 있다  그러나 근원인 북한강 줄기를 벗어나지 않는다  

 



20171106 글 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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