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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Feb 21. 2022

여행의 속 이야기, 최수란 작가

기억 속의 잔상 같은 풍경

      

어느 순간 언듯 스쳐가듯 나타나는 형상에 피식 웃음을 자아내는 그 맛. 그것은 여운이라 할 것이다. 오래전 어느 순간의 기억이 되돌아온 듯 나타나는 그 희미한 영상이 왜 갑자기 또렷이 나타날까 그 기억이 맞을까 아니면 다른 것과 겹쳐져 만들어낸 나의 이상일까. 망설임과 기쁨이 교차하는 것은 몸이 나타내는 반응이다.  그것은 여행의 한 장면일 수도 있고 어느 기쁜 순간 찰나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여행은 낭만이다.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미지 세계에 대한 꿈이다. 더욱이 멀리 이국으로 여행은 새로운 삶에 대한 갈망 같은 것이다.


최수란 작가 작품은 그런 추억 같은 공간을 불러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림이 촉매제가 되어 그리운 공간으로 떠나게 만든다. 작품은 작가 자신이 여행에서 깊이남은 잔상 같은 그림자의 일부분이다. 그 한 부분을 끄집어내어 좋았던 기억을 살아나게 한다.


그의 그림은 다양한 위치적 관점에서 바라본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관객이 작가의 심리적 상황을 바라보게 한다. '프라하의 밤거리'는 실내에서 창을 통해 바라본 바깥 풍경이지만 밖은 낮같이 환하게 표현되었고 이미지는 거리 풍경이라는 것을 알정도로 단순하게 표현되었다. 그럼으로써 밤 풍경이 어떨까 하는 더 깊은 관심을 유발하는 심리를 이끌어낸다.



프라하의 밤거리, 2022, 작가 페북 사진




거리를 걷는 사람들 모습에서 나도 이미 같이 걷고 있는 희망을 본다. 방안을 상징하는 등불 하나가 나만의 공간에서 거리를 관찰하는 관조자가 된다. 그의 작품은 이국적인 풍경을 바라보는 희미한 초점이 주는 감성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특징이다. 건물은 똑바로 서 있는 것이 없고 자유분방한 듯 기울어져있고, 선은 겹친 듯 사라진 듯한 처리로 인해 도시 이미지가 아닌 작가가 바라다보았던 풍경에 심적 이미지로 한번 걸러 보여준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여행 이미지를 불분명한 표현을 통해 명확히 밝히는 듯하다.     


관객은 작가의 심적 이미지를 통해 내가 본 풍경을 클로즈업하게 되고 그 시간 흐름에 끌려간다. 과거 몇 번을 보았던 프라하 거리, 부다페스트 건물과 거리 풍경이 이러했던가 하는 추억에 파편을 다시 모아 주고 있다.     


특이한 것은 그의 작품 많은 부분에서 볼 수 있듯이 색감이 자아내는 멋 또한 그가 지닌 여행자 모습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 아닌 그의 감성임을 알려준다. 작품 전체가 하나의 색으로 표현된듯한 일관된 표현은 부드러움을 간직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작품을 통해 다시 떠나보는 여행은 그래서 특별하다. 처음 본 그곳이 아니라 더 아름답고 풍요로운 땅 그곳엔 내가 머물 안식처 같은 그리움이 묻어난다는 것이다.     

 

나라가 다르고 풍경이 다른데 그의 작품 속에 드러나는 이미지는 하나같이 같은 방향으로 끌어당긴다. 작품 앞에 서면 오랫동안 여행을 떠나지 않을 수 없는 강박감 같은 힘이 생긴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자의 이끌림 같은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바로 여기다.      


'체코 프라하의 블타바 강' 이미지는 한참 동안 바라보고 서 있을 누군가 모습을 떠 올리게 만든다. 배를 기다리는 사람일까, 강 물결 속에 일렁이는 하늘과 건물 느낌을 즐기고 있을까. 기다림일까, 슬픔일까, 깊은 심연 바다 같은 마음의 고뇌를 되짚어 보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체코 프라하의 볼타바강, 2022, 작가 페북 사진



그의 작품은 여행지 풍경이면서 풍경이 아니다. 풍경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 심상(心想)이다. 나는 작가를 통해 내가 보았던 그 도심 풍경을 다시 상상한다. 묵은 영사기를 되돌리듯이 다시 끄집어내어 본다. 그리고 확연히 드러날 그 풍경을 그려본다. 그림을 통해 나타낸 여행지 풍경은 자유로운 영혼 소유자인 작가 심상이자 나의 관조적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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