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강 작가의 작품을 보면 빌딩을 짓기 위해 허물어 가는 옛 도심 공간이 보인다. 낡은 흔적이 새것으로 바뀌기 전의 풍경 같은 것이다. 그 속에 남아있는 이야기가 사라질까 안절부절하듯 작가는 그 흔적의 파편을 모아 작품 속에 공간을 탄생시 켰다
사라졌다고 생각되었던 것들, 잊혀 버린 그 흔적에 대한 기억. 누구나 지니고 있는 기억의 한 자락을 끄집어내어 주는 시간의 되돌림 같은 장면들이 보인다. 시간은 멈추어 버린다. 낡은 목선이 보이고, 낡은 공장이 보이고, 낡은 골목과 지붕이 있는 풍경들은 낯설면서 친근하다. 어디선가 보았던 것 같고 어딘가에 내 체취가 닿아있는 듯한 순간의 착각이 있는 재미있는 시선이다.
페인팅으로 과거의 모습 재현은 아련한 추억일 수 있지만, 그 낡은 시간의 공간을 여기저기서 훔쳐와 다시 재 조립한 것은 추억이 아니라 그 공간을 옮겨온 것이 된다. 그래서 이부강 작가의 작품에서는 집의 냄새를 맡을 수 있고 시간의 흐름을 되돌릴 수 있다.
소품, 개인소장
그의 작품은 부조이기도 하고 페인팅이기도 하다. 슬쩍 손으로 만지면 손끝에 묻어나는 질감이 낯설지 않다. 시간에서 감각으로 변화되는 과정에서도 그 느낌은 다른 듯 같은 듯 작품에 매몰되게 한다. 풍파를 겪을 만치 겪고 난 작은 파편들이 하나의 주제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작가는 어느 한 장면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옛 공간을 다시 되살려 내는 역할을 한다.
낡은 나무판자를 통해 무엇을 나타내고자 할까? 하는 의문에서 바라다본 작품은 사라져 가는 풍경의 재현을 통해 기억을 소환을 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고 낡아버린 것들은 사라지거나 버려지게 되고 결국엔 어디에 쓰였는지도 모를 정도로 잊힌다. 작품 속의 색을 지닌 목 조각들은 어쩌면 가장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받았고 잘 버려지지 않는 공간에 사용된 것들 인지도 모른다. 식탁이나 의자 문짝, 천장, 할머니의 경대의 한 부분 일수 도 있다.
사람들의 생활과 함께하고 그들의 사용 한계점을 지나 버려진 것들이다. 그 각양각색의 빛바랜 색들이 조각을 이루어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은 즐거움이자 아름다운 추억의 편린을 모은 것과 같다. 조각이 모일수록 집은 완성되고 풍경이 만들어지는 어디선가 잃어버린 것을 다시 짜 맞추는 것이다.
이 작품은 소품이지만 큰 화면을 그리며 문득 제방 위의 멋진 집을 떠올리게 한다. 잔잔한 개울물이 흘러내리는 공간을 두고 홀연히 혼자 우뚝 선듯하지만 저 멀리에는 큰 도시가 있는 느낌이 있다. 도시가 확장되면서 사라져 가는 개울을 아쉬워하듯 앞으로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모를 주택 하나를 덩그러니 세워 놓음으로써 앞으로 일어날 시간의 흐름을 예측하게 만든다. 큰 물에 토사가 쌓여 개울의 물길을 바꾸고 어느 순간에 개울은 보이지 않을 것 같다. 흐르는 물이 맑은 기운을 주는 것은 그래도 이 물줄기가 도심의 생명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잃어버려서는 안 될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