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거리에서 예술을 찾다
조각에서 느끼는 일상 행복
문득 어느 날 길을 가다 보면 만나는 것들이 최고 예술품이다. 그냥 지나쳐 버릴 수도 있는 그것은 주변 풍경과 동화되어 있어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어느 것은 너무 노출되어 위화감을 주기도 한다. 바로 도시 속에 존재하는 조각 작품들이다. 소위 거리 예술품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작가 작품이 길거리에 서 있는데 안 보고 가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전시장에서는 돈을 주고 봐야 할 작품이 버젓이 거리에 나 있는 것이다. 무료로 볼 수 있는 이 좋은 거리 전시 작품을 우리는 대부분 유야무야 지나쳐 버리곤 한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눈앞에 있는 작품에 눈길이 가는 순간 멈추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어느 날 이런 거리 예술을 보고 싶어졌다. 누군가 기획과 작품으로 그 공간을 빛내는 작품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멋진 작품을 모두에게 보이는 공간이 아니라 건물 내부로 옮겼다면 우리는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내가 본 이 작품이 어느 날 다른 곳에서 본다면 더 반갑지 않겠는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내 시간이 허락하는 그때까지 나는 언제까지 볼 수 있는 기회, 티켓을 얻은 것이다. 오늘은 높은 빌딩 숲을 걸으며 곳곳의 작품을 감상하고 내일은 건물 속으로 들어가 작품을 감상한다. 주변과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동화되어가는 작품을 바라보며 나는 명작을 감상하는 기쁨을 누려본다.
거리 예술품을 감상하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여유로운 발걸음 속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기도 하며 거리 예술품을 탐방하는 여행객이 된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예술작품 탐방을 위한 거리여행은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 누군가 제대로 된 여행 상품이라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자동차로 다니며 보지 못했던 풍경뿐 아니라 도심 속살을 보듯 잰걸음으로 거리를 걷는다. 얼마를 걸어야 새로운 작품을 만날지 궁금해하며 그곳에서 만날 생각에 혼자 웃음을 짓는 그것은 행복이다. 자유다.
혹시 누군가 눈길을 피해 구석진 자리에 있다면 살며시 다가가 말을 걸어보자. 밝은 햇살 아래로 나오라고. 당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만인에게 보여주어야 할 만큼 충분히 매력 있다는 말을 들려주자. 처음 당신이 이 자리에 섯을 그 당당한 모습으로 다시 나서길 바라는 이들이 있음을 알려주자.
갈 곳 찾아 방황하는 방랑자 모습으로 오늘 거리를 나서보자. 땅만 바라보지 말고 가끔 높은 빌딩 위도 쳐다보면서 어딘가 숨어 있을 법한 작품마저도 탐색해내는 거리 예술을 탐하는 탐정이 되어 보기도 하자. 어느 순간 말없이 눈앞에 성큼 나타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내가 찾던 작품일 것이다.
가까이서 보고 멀리서도 보고 옆에서도 보고 앞에서도 보자. 누군가 나를 위해 설치해준 작품을 고마운 마음으로 감상해주자. 그것이 예의다. 도심 속 예술을 찾아 길을 떠나보자. 오랜 시간 축적된 다양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은 역사이자 우리들 삶의 한 자락이다.
20210406 블로그 글 수정 옮김
* 대문사진: Street in Moret, 1890, Alfred Sisley, 시카고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