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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Aug 03. 2022

그림을 본 후 잔상과 여행의 잔상

느낌의 차이

       

그림은 참 묘한 매력을 지닌 객체다. 보고 있을 때의 감정이 다르고 보고 난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느껴지는 여운이 묘한 차이를 드러낸다. 그 차이란 것이 말로, 글로 형언하기는 어렵지만 어찌 되었던 미묘한 다름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다.    

 

 볼 때는 멋지고 재미있고 뭔가 있는 듯했는데 나중에 남아있는 것이 없는 듯한, 소위 무언가 그 작품에 대한 기억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작품은 볼 때는 그냥 음~~~ 하고 지났는데 뭔가 아쉬움이 남으며 다시 보고 싶어지는 경우나, 그 느낌이 강하게 남아있어 즐거움을 주는 경우다.

또 다른 것은 볼 때도 좋았는데 나중에도 상상하며 미소를 떠 올릴 수 있는 작품들이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이미 작가와 작품에 대해 많은 공부? 를 했을 경우에 그렇다. 그만큼 일상 속에서 느끼듯 자연스럽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현상을 여행에 비유한다면 볼 때는 좋았던 것 같기도 한데 나중에 보면 여행비가 조금 아까운 생각이 드는 듯한 여행지 잔상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어느 곳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들린 곳에서 마음을 사로잡는 여운이 남는 여행이 된 경우다. 그리고 이미 많이 알려진 여행지라서 듣고 책으로 보고 해서 충만한 여행 기쁨을 안고 가서는 그 여운을 제대로 느낀 경우라 할 것이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작품을 감상하면서 현장에서 보는 그 느낌과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는 감정이 달라짐을 자주 접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처음에는 마음은 움직였는데 머리가 미처 반응을 못해서 기록으로만 남겨놓았던 것이 다시 자극을 받아 깨어나는 현상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반응에 있어 가장 즐거운 것은 역시 오랫동안 자극을 가하는 여운이 남는 작품이 좋다. 작품은 볼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이는 카멜레온 같은 살아있는 색이다. 그것은 마음과 같이 움직인다. 작품은 관객의 숨결에 따라 살아 숨 쉬는 생명체인 것이다.       


보고 있을 때와 보고 난 이후 감정이 다르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깨어 있기 때문이다. 교감능력이 진보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는 그 깨어 있는 감성을 통해 더 많은 작품을 보고 비교하며 자신 감성에 맞는 작품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엔 모든 것이 좋다가 어느 순간부터 하나둘 분리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만 남아있는 장난감처럼 예술작품도 결국 자신과 일체화되어 가는 과정을 거치며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들이 남게 되는 것이다.        




*대문사진: Woman Reading, 1880, Édouard Manet, 시카고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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